나도 빛나는 뾰족구두가 갖고 싶어.

[내 세상의 주인이 된 걸 환영해] - 1-2

by komoonng

내 인생의 첫 베프들은 다빈(가명)이와 다빈(가명)이었다. 내 기억 속 첫 베프들 정다빈과 김다빈. 물론 어린이집에 다닐 때에도 분명 과거의 나에게 베프는 있었겠지만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다빈이는 이름은 같았지만 성격은 매우 다른 친구들이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우리 셋이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유치원으로 옮긴 간 나와 함께 놀아주고 나의 대해 궁금해해 주는 친구들이었음은 똑똑히 기억한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유치원에서의 매일이 더 재미있고 행복했다.


어릴 때부터 말랐던 나는 먹는 게 힘들었다. 입안 가득 차는 밥이 싫었다. 한가득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나면 목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과 입안 가득 느껴지는 밥 맛이 싫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의 첫 베프가 생기고 난 다음부터 유치원에서의 나는 달라졌다. 놀기도 잘 놀고 밥도 잘 먹던 다빈이들은 항상 빨리 밥을 먹고 놀이방으로 가서 뛰어놀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나도 빨리 가서 놀아야 하는데 빨리 놀고 싶은데. 그렇게 나는 먹기 싫은 밥과 반찬을 입안 가득 넣고 식판 검사를 받은 뒤 화장실에 가서 몰래 뱉으면서라도 다빈이들과 함께 일초더라 더 놀고 싶었다. "오늘은 우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할까?" 하고 물어보면 달리기를 못하는 나는 “그래 좋아!” 하고 대답했고, "오늘은 정글짐에 누가 가장 빨리 올라가는지 대결하자!" 하고 말하면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나는 “그래 나도 그거 재밌어!” 하고 대답했고, "나는 어제 피자 먹었다!" 하는 말에는 엄마 아빠한테 피자 사달라고 말도 못 꺼내는 나는 “나도 오늘 피자 먹을 거야!” 하고 거짓말했다. 그렇게 나의 세상의 주인은 두 다빈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유치원 생활이 행복했지만 어느 순간 불안감이 더 커져있었다. "우리 같이 화장실 가자!"라는 말을 나에게만 하지 않는 것조차도 너무나 속상했다. 어느 날 신발장에 있는 두 다빈이의 걸으면 불이 들어오는 뾰족구두 두 켤레를 보니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질투도 불안함도 걱정도 아닌 무언가 나를 꽉 조이는 감정이었다. 한 다빈이가 다른 다빈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름도 똑같고, 신발도 똑같아! 근데 너는 이름도 다르고 신발도 없지?" 그 말에 나는 나는 “아니야! 나도 그 신발 엄마가 사준다고 했어! 시장에서 봤어!” 하고 큰소리치며 말했다. 그리고 불안했다. 엄마한테 신발 사달라고 어떻게 말할지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집에 와서 엄마가 퇴근하시자마자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나도 불 들어오는 뾰족구두 갖고 싶어."

"어떤 구두?" 뭘 갖고 싶다고 말한 적이 많지 않았던 나여서였는지 엄마는 의아해했고, 우리는 그 주 주말 시장에 가서 함께 그 신발을 보았다. “엄마 나 이거..” 가격표를 본 엄마가 말했다. “이 구두는 너무 촌스럽고 예쁘지 않아. 그리고 굽 있는 신발을 일찍 신으면 발 다칠 수 있어. 안돼.” 서러웠다. 나는 다빈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도 않는데 신발까지 사지 못하는 게 너무 서러웠다. 엄마가 나의 세상을 끝내는 듯한 서러움이 몰아쳐왔다. 그렇게 결국은 그 신발을 사지 못한 채로 울며 집에 들어왔다. 신발을 왜 신고 오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걱정하며 유치원에 갔던 나를 알았다는 듯이 다빈이가 얘기했다. “너 신발 어딨어?” 그 말에 내 세상을 지키고 싶었던 나는 "집에 있는데 엄마가 유치원에는 신고 가지 말라고 해서 안 신은 거야!” 하고 또 거짓말했다. “왜 못 신는데? 왜? 대답해 봐! 왜?” 하는 말을 애써 못 들 은척 하며 다른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다빈이가 그 사실을 잊어주기를 바랐다. 사실 그 신발이 예쁘기 때문에 신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 세상의 주인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마음으로부터였을 것이다. 그 시절, 내 세상의 주인이 나였더라면 나는 지금 “왜 거짓말을 했었을까?” 하는 후회 대신, "나는 구두보다 찍찍이 샌들이 더 편해!" 하고 당당히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6살의 나를 내가 원하는 속도로 밥을 먹고 내가 원하는 놀이를 하자고 말할 수 있는 더 밝은 6살의 나로 기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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