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옥이면 죽음은 천국일까 궁금했다

사는 게 아프고 슬펐다

by 빈틈


군중들 앞에서 알몸으로 서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가난 속에 서 있던 나는 부끄러웠다. 친하게 지냈던 동기들에게, 그리고 당시 교제 중이던 남자친구에게 그럴싸한 거짓말로 내 휴학을 설명해야 했다. 그래도 그건 견딜만했다.


정말 힘들었던 건 박살 난 가정에서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었다. 삶에 지쳐 있던 가족들의 메마른 감정들은 온몸에 흡수되었고, 나는 아침마다 ‘오늘도 살았구나’ 슬퍼하며 눈을 떴다. 죽음을 원했지만 죽지 못했고, 그럴 용기도 없었다. 그럼에도 사는 게 아팠고, 슬펐다.


매일마다 오가는 날 선 시선과 다정하지 못한 언어들이 칼이 되어 몸에 꽂혔다. 착하게 살아오지 못한 내가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형벌의 끝은 어디일까, 죽음일까. 죽음 뒤엔 천국이 있는 걸까? 마음속에 물음표를 던지며, 죽음의 냄새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7월, 처음으로 유서를 썼다.


그렇지만 죽지 못했다.

대신 생활비를 포함한 학자금 대출을 받아, 복학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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