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서 살다가 고시촌에 가게 되었다

내 인생 첫 번째 빚이 생기고

by 빈틈


살고 싶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부모님과는 전혀 상의하지 않고 혼자 저지른 일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 빚이 생겼다. 그리고 생겨난 빚, 100만 원으로 동생과 함께 지낼 작은 원룸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나도 컸던 100만 원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없었다. 다시 고시원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중, 보증금 100만 원으로 갈 수 있는 원룸을 발견했다.


“저 보증금 100만 원짜리 집 있을까요?”

“그럼요. 이쪽엔 많아요. 보러 오세요.”


곧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잡고, 중개인이 말해 준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했다. 30대 중반 정도 됐을까, 한 남자가 통화로 이야기했던 이름을 말하며 우리에게 다가와 집을 보여 주겠다고 했다. 나와 동생은 그 사람의 차에 올랐다.


좁고 구불한 길을 따라 도착한 대학동 고시촌, 혹은 신림동 고시촌.


지방에 살았던 우리에게는 낯설었던 명칭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곳에서 살 수 있느냐가 중요했으니까.


원룸의 위치는 마을버스 5515번 종점 전, 정거장에 위치하고 있었다. 중개인은 버스정류장과 원룸이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다고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지하철역에서 적게는 15분, 길게는 20분을 버스로 와야 하는 이곳이 좋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이것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집이 필요했으니까.


보증금 100만 원, 월세 40만 원. 인터넷비, 전기세 포함. 살아보기로 했다. 내 나이 스물둘, 드디어 서울에서 내가 사는 집이 생겼다. 그 사실에 들떠 온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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