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시선으로 뱉어진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건 선생님 사정이잖아요. 전 보충받을래요."
엄마는 퇴원했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하지 못한 수업들 때문에 월급은 절반으로 줄었고, 시간표는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어느 학부모는 회비를 내지 않았음에도 원래대로 수업 준비를 해놔서 내가 준비해 간 수업과 진도가 맞지 않아, 수업은 엉망진창이었다.
1시부터 시작된 수업은 밤 10시 혹은 11시가 다 되어서 끝났고, 토요일에도 쉴 틈 없이 보충하러 다녀야 했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수업 지를 이동해야 할 때면 목 끝까지 숨이 차올랐다.
어떤 학부모는 엄마가 아픈 상황에서도 수업하러 다니는 날 안쓰럽게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학부모들은 이십 대 중반의 나를 그들의 늦둥이 막내 동생같이 여겨줄 때가 많았다.
식사도 거르고 수업하러 다니는 날 보며, 따뜻한 간식을 내어 주기도 하고 다음 수업에 늦으면 자신들의 차로 수업지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수업 취소로 시간이 남으면 함께 저녁 식사를 권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분들 때문에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첫 만남부터 날 힘들게 하던 1학년 아이 수업을 가던 날이었다.
이미 사전에 수업할 교재를 안내했기 때문에 당연히 해당 교재를 준비해서 1학년 아이 집에 도착했다.
수업하기 위해 교재를 꺼낸 순간, 아이가 나와 다른 교재를 꺼냈다.
"오늘은 선생님이 가져온 교재로 수업할 차례인데 엄마가 말씀 안 해주셨을까?"
내 질문에 아이는 엄마를 데려왔다. 나는 그 아이의 엄마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어머니. 저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 엄마가 아프셔서 못한 수업은 다 회비에서 차감했습니다. 100명 가까이 보충이 어려워서 양해 부탁드릴게요."
최대한 정중한 어조로 말을 건넸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시선과 딱딱한 어조로 꺼낸 말이었다.
"엄마가 아픈 건 선생님 사정이시잖아요. 왜 저희가 그거 때문에 피해를 봐야 해요? 저희는 보충받을게요."
당연하게 바라던 배려는 아니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왜 이토록 열심히 수업하고 상담하러 다녔을까 후회가 들었다.
나는 보충해 드리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