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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틈 Sep 27. 2023

결혼자금으로 모으던 돈을 건낸 그의 진심

"돈은 또 모으면 돼.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의 혈압이 내려갔고, 비로소 빠르게 찾아 온 현실에 부딪쳤다.


'입원비와 치료비'


큰소리쳤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일본에 있는 동생은 여전히 대학생이었고, 취업이 늦었던 언니는 취업한지 몇 달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모아 둔 돈이 없었다. 무언가 내가 해결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나는 망설였다.


내가 갖고 있는 돈은 그와 결혼을 목표로 모아둔 돈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말을 해볼까, 혹은 친구들에게 빌려 볼까 숱하게 고민했다. 그 어떤 것도 쉬운 건 없었다.


"여보세요."


엄마 앞에서 애써 괜찮은 척 웃고 있다가 그의 전화를 받기 위해 병원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나. 고민이 생겼어. 돈이 필요해."


그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거절해도 좋다, 서운해하지 말자 이미 마음을 먹었던 터라 전화 너머로 덤덤한 척 말을 꺼냈다.


.. 그는 말이 없었다. 짧은 침묵 속에서 침이 꼴깍 넘어 갔다.


"얼마나 필요해? 돈은 또 모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써. 그보단 네가 그런 걸로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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