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FC서울 박주영의 복귀전이었다. 몇몇 팬들이 "집 나가서 고생 많았다. 이젠 형들이 지킬게"라고 관중석에 현수막을 걸었다. 나는 그 현수막을 보며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너무 오글거려서 취재고 뭐고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지켜주겠다는 형들이 만질 수 없는 돈을 박주영은 유럽 벤치에서 벌고 왔다. 마음고생이야 있었겠지만 충분히 그 이상 보상받고 온 선수인데 누가 누굴 지킨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대호의 롯데 자이언츠 복귀 발표를 보면서 그날이 떠올랐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 정도는 돼야 저런 멘트도 개연성이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소년이 국내 최고의 타자로 자랐다. 이후 안정적인 환경을 뒤로한 채 일본과 미국으로 떠나 꿈을 좇았다. 그간 비시즌에 하던 고향 봉사활동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했다. 그리곤 마침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원래 그 자리에 서려 한다.
이 정도 느낌은 나와야 집 나가서 고생 많았다고 형이 지켜준다고 농담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 스타와 팬의 관계를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