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중국전 패배로 한국 축구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어제(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대표팀은 중국에 0-1로 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이 재차 도마에 올랐으며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차두리와 설기현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코치진도 충분히 비판받을 만하다. 지금 한국 축구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월드컵 진출마저 낙관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남은 예선 4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자력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처지다.
사실 스포츠에서 승패는 절댓값이 아니다. 승부는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 등을 포함해 상대방과의 상성에서 나오는 종속 요인일 때가 많다. 하물며 손이 아닌 발로 하는 축구에선 더욱 그렇다. 여러 국가가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이자 월드컵이 타종목 국가대항전보다 흥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기에 오르기 전까진 분명한 팩트가 존재한다. 어제 축구대표팀의 중국전에서 절댓값에 가까운 사전 팩트는 무엇이었나? 그건 중국 축구가 계속 세련되고 있다는 점과 엄청난 자본 투자가 그 밑에 깔려있다는 거다. 유럽 무대를 호령하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분명히 슈틸리케 감독보다 한 수 위의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심지어 어제는 과거 우리가 중국전에서 했던 축구를 저들이 했다. 결과보다 더 충격적이다. 하필 중국이 빨간 유니폼을 입어서 멀리서 보면 착각하기 딱 좋았다. 공한증은 우리가 만든 우리만의 언어이자 프레임이었는데 이젠 그것도 깨졌다.
국가대항전 축구 하나가 나라의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는다. 하지만 축구공에 그 이상의 무게가 담긴 경기도 이따금 나온다. 어제의 중국전은 분명 그랬다.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이 문화와 스포츠에서까지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패배였다. 우리는 월드컵 본선 진출 위기라는 뼈아픈 결과물을 받았다. 반면 중국은 이제 축구마저 한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