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다
야구대표팀이 올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했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패한 뒤 대만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하며 전패를 면했다.
대만전 직후 방송 인터뷰는 보는 게 잔인할 정도였다. 이날 홈런포를 기록한 김태균은 고개를 떨궜다. 과거 WBC 활약의 추억이 생생한 한국 야구계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어졌다.
다만 온갖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 탓만은 하고 싶지 않다. 대표 선수 누군들 잘하고 싶지 않았을까. 기계가 아닌 사람은 누구나 기복이 있다. 특히 스포츠는 언제나 완벽할 수 없기에 성립하며 그러한 의외성이 일상의 일탈을 채운다.
실망스러운 결과였기에 다양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의 절실함이 없었다는 지적도 의아하다. 절실함의 기준도 모호할뿐더러 비시즌인데도 뛴 선수들은 수고한 거 맞다. 선수를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승패라는 프레임 안에서 인간적인 면을 배제하지 말자는 뜻이다.
태극마크가 절대 의무인 시대가 아니다. 직장인만큼이나 선수들의 시간 외 근무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들은 버튼 누르면 돌아가는 야구 기계가 아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며 직업이 선수인 거다. 비판은 인신 공격이 아닌 경기력으로 향해야 한다.
그냥 실력이었다. 한국 야구대표팀 경기력이 그랬던 거다. 공정한 스포츠 룰 안에서 맞붙어 졌다. 있는 그대로 결과를 인정하고 미진한 부분은 그게 개인 문제든 시스템 문제든 고치면 된다. 과거에서 배우는 게 건전한 삶과 스포츠가 가진 공통분모다. 그리고 그 모든 건 불완전한 사람이 주인공인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