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미세먼지는 하루 종일 보통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의 맑음

by 반동희

어릴 때는 나가서 뛰어놀 수 있는 날과 없는 날로 날씨를 구분했다. 보통 뛰어놀 수 없는 날의 이유가 구구절절했다. 비가 와서 못 나갔고 눈이 와서 못 나갔다. 비가 오다가 그쳤는데 운동장이 질척거려 아직이었고 눈이 오다 멈췄는데 운동장이 미끄러워 아직이었다.


반면 뛰어놀 수 있는 날의 이유는 명료했다. 맑으면 그만이었다. 덥든 춥든 맑으면 그 자체로 공을 들고나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제는 맑다고 다가 아니다. 황사가 봄철 대표 명사로 자리 잡더니 미세먼지가 더 큰 존재로 급부상했다. 요즘 맑은 날은 미세먼지 농도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으로도 구분된다. 눈 부신 햇살만 믿고 밖에 나갔다가는 병원에서 콜록거리며 누워 눈부신 천장 조명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마스크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어릴 적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에서나 그리던 산소 파는 풍경이 실제로도 나타날 것만 같다. 야구장에서 맥주 보이가 등 뒤에 메고 다니는 통이 어느 순간 잠수부의 산소통이 될 것만 같아 우려된다. 의·식·주가 아니라 의·식·주·공기청정기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이따금 나타났던 산소 같은 남자와 산소 같은 여자의 희귀함이 급등해 사람들이 그들을 감금해 놓고 "우리 집엔 자연 공기청정기가 있죠"라고 할까 봐 걱정이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분석도 있다. 한반도 역시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물 빠진 어항에서 헐떡거리는 금붕어가 된 신세다. 이러한 탓탓탓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최근 학교 운동회나 체육수업도 취소되거나 실내 활동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처럼 어른의 잘못은 아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갉아먹는다. 대자연이 미생물에 불과한 인류를 향해 조금씩 경고의 수위를 높여오는 건 아닐까. 연휴 내내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보니 저절로 자연과 인류의 공생을 고민하는 건전한 인간이 되고 있다.


이제는 맑아도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에서 최소 '보통'은 돼야 안심이다. 나가놀 수 있는 이유가 과거엔 간단했는데 이렇게 또 인류의 발전과 현대 사회의 번영에 발맞춰 세분되고 복잡해졌다.


가수 토이가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오늘 서울 미세먼지는 하루 종일 보통'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서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가수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오늘 서울 미세먼지는 하루 종일 '매우나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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