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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Jun 15. 2017

씁쓸하게 내쳐진 축구행정가 이용수

급할 땐 도와달라고 했다가 이제 됐으니 나가라는 식

슈틸리케 감독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15일 동반 사퇴했다. 여기서 멈춘다면 명백한 꼬리 자르기다. 슈틸리케 감독 해임을 거부했던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아무 말이 없다.


이번엔 이용수 위원장이라는 '축구 행정가'를 잃었다. 결과에 책임지는 건 당연하지만 코앞만 보고 달리는 여론이 참으로 아찔하다. 급할 땐 도와달라고 했다가 이제 됐으니 나가라는 식의 등 떠밀기는 경박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실패 이후 정몽준 전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 이용수 위원장이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감독 영입을 주장했으며 실제로 히딩크 감독을 데려와 철저한 '현장 위주' 시스템을 실천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 이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애초 월드컵까지만 역할을 하기로 했기에 그만하고 싶다"며 정몽준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를 떠났던 사람이다.


이용수 위원장은 축구협회의 사유화를 비롯해 시대에 역행하는 세태에 쓴소리 한 인물이기도 하다. 2011년 선수 선발을 두고 이회택 기술위원장과 조광래 대표팀 감독 간의 공개 충돌이 터졌을 때도 "기술위의 현장 간섭이 문제"라고 외부에서 축구협회 행정을 비판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졸전 직후 '공항 엿' 사태와 홍명보 전 감독의 사퇴 등으로 분위기가 망가질 대로 망가지자 세종대 교수로 있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능력만큼은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용수 위원장은 축구계뿐만 아니라 스포츠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선수 출신 행정가'다. 주변에 스포츠 행정가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관련 계획을 물어보라. 대다수가 이용수 위원장의 행보를 언급할 것이다. 과대평가된 인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렇게 내쳐질 사람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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