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장호항이 한국의 나폴리?①

1년 하고도 300km의 스노클링 상상도

by 반동희

이쪽에서 저쪽에 있는 사람이 엄지손가락으로 가려졌다. 그 사람은 구명조끼를 입고 머리를 에메랄드 빛깔 바닷물에 넣은 채 밑바닥을 관찰했다. 적당한 인파는 잔잔한 바다와 풍경을 이뤄 뺨을 스치는 해풍에 질감을 더했다.


튜브 타는 아이들은 저마다 깔깔거렸고 한쪽에서 투명 카누를 타는 연인은 한 배에 몸을 맡겨 바다가 그들의 앞날인 것처럼 함께 노를 더듬었다. 저 멀리 수평선은 바다와 하늘의 희미함에서 번지고 번져 눈을 깜빡여야 가느다란 실선으로 겨우 보였다.


하늘이 바다고 바다가 하늘로 보이는 짧은 찰나에 실선을 잠깐 찾았는데 그럴수록 눈앞의 풍경은 반사되는 햇살과 함께 눈부시게 일렁였다.


삼척 장호항으로 가기 전날 나는 이러한 상상도를 머릿속에 스케치했다.


장호항의 존재를 안 건 1년 전인 2016년 여름이었다. 막 보라카이 여행을 마치고 오면서 국내에서도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보라카이 바닷속 알록달록 풍경이 내 뇌 속 주기억장치에 있던 터라 장호항이란 이름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가겠다고 다짐한 장호항을 정확히 1년 뒤 여름에 찾아 나선 셈이다.


집에서 티맵 내비게이션을 찍었더니 약 300km가 나왔다. 자주 가는 속초와도 꽤 거리 차이가 났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갔던 바다인 강릉 경포대와도 멀찍했다. '이 정도면 거의 대구 정도로 먼 게 아닌가'라고 과거 왕복 600km를 운전해 당일로 대구를 다녀왔던 기억을 더듬었다. 작두 위에 올라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정확히 대구와 2km 차이가 났다.


그래도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대구를 굳이 한여름에 찾아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자유형 자세로 장호항에 누워 "음파, 음파"하며 바다 아래를 훑는 풍경을 상상했다. 전날 밤에 그렸던 내 머릿속 상상도가 다시 떠올랐다. 가야 할 이유는 많았지만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300km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밟고 또 밟았다.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하는 곳에서만 브레이크로 슬슬 속도 조절하며 법규를 지키고 내달렸다. 길이 막혀 내 귀한 시간과 자동차 기름을 고속 주차장, 아니 고속도로에 흘리는 걸 싫어해 새벽에 출발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안녕하며 동해안 7번 국도에 진입하는 게 목표였다.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까지 계산해 4시간 30분 뒤를 도착 시간으로 잡았다. 2시간 30분 정도를 달린 시점부터 정통으로 눈앞에 햇살이 비쳐왔다. 운전하는데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야 했다. 그런데 그 선글라스가 작년 보라카이 여행에서 망가진 것이란 걸 깨달았을 때 햇살을 만나고 싶다고 내뱉은 말을 시간을 취소하고 싶었다. 항상 입이 방정이라고 툴툴대며 저속 운전을 하는데 산 뒤로 숨었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하는 햇살이 온갖 오두방정을 떨었다.


나중엔 망가져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선글라스를 손에 들어 창문 쓱 내리고 미끄럼틀 태우고 싶었다. 어떨 때는 햇살이 정확히 차 앞 유리를 비춰 1차선에 있던 차가 안 보였다가 2차선에 있는 내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는 등 아찔하고 또 아찔했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나는 지금 1년 300km를 꿈꿔온 장호항을 가고 있었다.


[2편 보기] 삼척 장호항이 한국의 나폴리?②...작명자분, 저랑 토론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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