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자분, 저랑 토론 좀 합시다
'킁킁킁킁.'
짠 내가 코를 찔렀다.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마트 해산물 코너의 그 짠 내가 아니었다. 완전히 날 것 그대로 바다 근처 어시장이나 좌판에서 올라온 전투적인 짠 내였다. 내비게이션이 도착을 알렸다.
이곳이구나, 이 근처가 내가 1년을 기다린 장호항이구나, 여기가 300km를 달려온 곳이구나, 이곳이 햇살에 가려진 앞차가 눈앞으로 순간 이동하는 아찔함을 버티면서 도착한 장호항이구나, 여기가 한국의 나폴리라고 누군가 이름 붙인 장호항이구나, 혼자 약간의 감동을 20여 초 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알 수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깨는 소리가 났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내 머릿속 상상도가 금이 가 조금씩 깨지는 소리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00m 정도 들어가야 했다. 여기서부터 장호항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넓은 곳이 아니란 걸 유추했다. 차를 주차 안내 요원에 따라 한쪽에 세우고 쭉 걸어 들어갔다. 그리 넓지 않은 좁은 길 양쪽에서 상인들이 각종 군것질거리와 스노클링 장비를 팔았다. 수영복을 입고 홀딱 젖은 채로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잡아 온 고기들을 다듬는 어부들과 그 칼질 작업과 뒤엉킨 짠 내가 이곳이 스노클링보다는 이름 그대로 항구로서 기능에 적합해 보인다는 슬픈 예감만 계속 이어붙였다.
마침내 눈앞에 구명조끼 행렬이 보였을 때 나는 "아, 속았구나"란 말을 나도 모르게 뇌까렸다. 머릿속에 넣어 온 상상도는 아까부터 금이 가다가 결국 산산이 조각나 파편이 튀었는데 그 따가움에 몸 전체가 휘청하고 쓰러질 뻔했다.
사실상 사람이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대형마트 주차장 한 층 정도의 크기였다. 그마저도 물 아래 밑바닥엔 아무것도 없는 게 밖에서도 훤히 보였다.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 자체가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게 아닌 그냥 머리만 기계적으로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물은 그럭저럭 맑았는데 그래서 더 아래에 아무것도 볼 게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요금은 ▲투명카누 4인승 30분에 4만4000원 ▲투명카누 2인승 30분에 2만2000원 ▲스노클링 세트 60분 1만1000원 ▲스노클링 단품 60분 6000원이었다. '투명 카누도 됐고 스노클링도 됐으며 저 요금 뒤에 영 하나를 더 붙여도 좋으니 지금 당장 나를 나폴리로 데려가주오'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속으로 했다.
스노클링의 사전 정의는 '숨대롱인 스노클을 이용해 잠수를 즐기는 스포츠로 수심 5m 안팎의 얕은 곳에서 머리를 들지 않고 얼굴을 물속에 담근 채 수중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이다. 어쩌면 맑은 물 자체가 수중의 아름다움이라고 느낀 사람한텐 그럭저럭 장호항에서 가볍게 즐기는 스노클링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상상도를 그리고 1년 만에 300km를 달려온 누군가에겐 예상했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장호항에 '한국의 나폴리'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군지 확인되면 꼭 만나서 토론 좀 해보고 싶단 생각이 자꾸만 스쳤다. 허망함을 안고 자동차 시동을 걸어 그나마 가까운 삼척 해수욕장으로 건너갔다.
4시간 30분을 달려 만난 장호항에서 1시간 만에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마저도 화장실에서 10분을 썼고 20분은 걸어갔다가 나온 시간이었으며 20분은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울까 아니면 근처 맛집을 갈까 하다가 삼척 해수욕장 근처 맛집을 검색해 찾은 시간이었다. 알맹이는 10분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