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고양이...코리안 숏헤어?

by 반동희

주차장에서 고양이랑 눈이 마주쳤다. 매일 보는 흔하디 흔하게 생긴 길고양이였다. 고양이 박사인 내 동생말로는 '코리안 숏헤어'라고 했다. 평소 이 고양이는 나만 보면 먼저 도망갔다. 그런데 오늘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만 크게 뜬 채 그 자리에서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고양이 옆에는 큼지막한 라면 상자가 있었다. 라면 상자 안에는 사료가 수북했다. 고양이 스스로 이 상자를 떠나면 추위에 떨 것으로 생각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움직이지 않은 거로 생각했다. 윗집 이웃이 종종 고양이 사료 주는 걸 봤는데 라면 상자는 아마도 그분이 가져다 놓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는 고양이를 만지는 건 둘째고 눈만 마주쳐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이상 체질이라 얼른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집에 왔더니 웬 금수저 하나가 침대에 뻗어있었다. 같이 사는 강아지가 거실로 나오지도 않고 안방 침대에 누워서 고개만 돌린 채 나를 봤다. 타이밍 기가 막히게 너무도 어이가 없어 혼자 웃었다.


이 동거 강아지는 어제가 일요일이라 목욕 한 지 하루밖에 안 돼 온몸이 뽀송뽀송하고 여전히 몸에선 향긋한 샴푸 냄새가 났다. 보일러 돌려놓고 나간 방바닥이 더웠는지 잘 내놓지도 않던 혀까지 내놓고 침대를 독식한 채 나를 간식 주는 기계 취급했다.


대문 하나를 두고 금수저 강아지랑 흙수저 고양의 처지가 하늘과 땅인 이유가 어디서부터였을까. 10초 정도 고민했다. 따지자면 내 처지가 저 바깥의 고양이 쪽인 것 같아 퇴근하면 꼭 주던 강아지 간식을 오늘은 건너뛰었다. 손으로 던져주던 공도 발로 툭 건드리고 말았다.


그렇게 나름 소심한 복수를 했는데도 어째 찜찜했다. 이유 없이 베란다로 얼굴을 내밀어 고양이가 어떻게 하고 있나 봤다. 라면 상자 안에 잘 웅크리고 있었다. 그제야 어쩐지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도 금수저한테 간식을 주거나 공을 힘껏 던져주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