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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정혁 Feb 04. 2019

클럽 '버닝썬 사태'에서 승리에게 분노하는 이유

서두에 자본주의를 부정하지 않는 입장이란 걸 밝힌다. 경제논리로서의 공산주의는 붕괴됐다. 이제는 그쪽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당장은 대안이 없다. 북유럽에서 시행하는 사회민주주의 같은 또 다른 형태 변화는 일단 치워두겠다.


어쨌든 자본주의라는 체제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회 발전으로 끌어올렸다. 그러한 인간의 욕망은 눈부신 과학발전을 이루었고 이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요소가 되었다. 인터넷은 일반 대중의 정보 접근성을 강화했다. 당장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여기서 소스를 키워 보도하는 언론 환경이 증명한다. 필요하면 누구든 일차적인 날 것 그대로의 ‘로우 데이터’를 찾아보기 쉬운 시대도 되었다. 이 모든 것에 자본주의와 더 깊게는 주식회사로 대변되는 욕망이 촉진제가 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이 정보 비대칭성 역시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논증에 있다. 이른바 ‘무임금 노동’이란 게 탄생했고 그것은 곧 돈이 돈을 버는 또 다른 ‘무노동 속 자본 노동’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미디어에서 보는 유명인의 대다수는 이러한 길을 탔다. 그렇게 부가 축적됐다. 그들 사이에서 노동과 직업은 그 자체로만 있지 않고 또 다른 연속성과 상징성을 띄었다. 유명세를 등에 업은 연속성과 상징성으로 무노동 속 자본이 이면에서 작동해 빈부 격차를 눈에 띄게 벌렸다.


최근 불거진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가 소유한 것으로 나타난 클럽 버닝썬의 폭행 마약 사태만 해도 그렇다. 여기서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누구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승리는 그것에 일정 부분 관여함으로써 경제적이거나 그에 준하는 상징적인 이득을 취했다. 본업으로 알려진 연예계 활동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거기서 얻은 유명세를 활용해 또 다른 과실을 취한 셈이다.


그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버닝썬과 실질적으로 연결되었는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그는 등기부등본상에 이름을 올린 게 <디스패치> 보도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일정 부분 자인한 셈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이러한 사과를 할 필요도 없다. 향후 면밀한 것은 증거에 입각한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며 그에 따른 절차는 국가 안 시스템에서 발동하고 기능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사안의 본질이 자꾸 뒤로 밀리는 데에 있다. <디스패치> 보도를 보면 문제의 단체 카톡방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불법으로 이미 인지한 사안을 거리낌 없이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문제제기는 이러한 사실을 승리라는 한 개인이자 연결고리가 몰랐을 리가 없다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우리 사회에서 ‘클럽’이라는 곳을 일반적인 상식으로 놓고 봐도 버닝썬 인근 지역이나 비슷한 형태에 불법적인 요소로 의심되는 일들이 자행된다는 의혹은 늘 여전했다. 그러한 가운데 승리가 최소한 자신이 연결된 클럽에서 마약이니 폭력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우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문제에 앞서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굳이 언급하자면 그의 소속사는 관련 의혹으로 몇 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자기가 가진 재산이 사회의 의심 또는 과거 잘못 근처에 있는데 그것이 어떤 문제점이 없는가 하는 점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승리라는 개인은 연예인이라는 활동과 별개로 스스로를 사업가로 규정한 지 오래다. 사업이라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활동을 하면서 기저에 깔린 욕망이란 원동력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건 심각한 오류이자 언뜻 받아들이기 힘든 비상식이다.


여기서 바로 승리가 버닝썬에서 그릇된 일들이 자행된 것을 몰랐다는 주장에 앞서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직무유기로 보이는 행위는 다수의 대중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태도로 인지되어 공분을 자아내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해 정보 비대칭성이라는 지식 빈부격차를 일정 수준 극복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할 때의 얘기다. 소위 ‘자본 엘리트’라는 이들이 이를 어기고 악용해 노동 대비 극단의 소득을 추구할 경우 이는 실패한 공산주의의 또 다른 이면과 맞닿는다. 다수의 눈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부당 사익을 추구하고 그것이 사회의 공공질서를 해치면서까지라면 이는 자본주의를 벗어난 욕망의 무한질주일 뿐이다. 명백히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고 그것을 부정해버리는 해악이다.


승리가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러했다면 이것은 완벽한 입증이 되고 사회 시스템 근간을 흔들어버리는 저 수많은 경제사범과 다를 바가 없다. 수많은 사례에서 봤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사범은 한 인격을 말살하는 잔혹한 폭행이나 심지어 살인과도 전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그것을 몰랐다는 승리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최소한 확인하려 했거나 그러한 음지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묵인했다는 도덕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스스로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여기서의 책임은 매우 무겁고 엄중한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라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기에도 마약이란 게 유입돼 무방비 상태가 될 경우 사회 안전망 역시 도미노처럼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은 그나마 마약 청정 국가"라는 세간의 평가도 땅에 떨어질 게 뻔하다. 그에 따른 이차적인 범죄가 급증해 사회 안전망을 극도로 흔들 것이란 비판 제기도 여기서 뻗어 나온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서 어떤 부분은 뛰어나고 어떤 부분은 개선해야 하지만 적어도 마약이나 밤거리의 치안 문제 같은 실질적인 국민 체감에서는 현시점에서 우수한 것도 사실이다. 그 가운데 수도 서울 일각에서 밤마다 마약과 그에 따른 폭력 성폭력 등이 자행됐다면 이것은 국가 전체 시스템의 균열을 알리는 경종이다. 소소한 연예인이 모여 마약을 하거나 그들끼리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약과 폭력과 성폭행까지 발생했다는 점은 과거 사회 변화 과정에서 촉발한 일종의 ‘범죄와의 전쟁’까지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경찰이라는 공권력과 유착됐다는 점까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뼈아픈 실책이다.


최근 이어진 언론 보도 프레임도 여기서는 걸리는 면이 있다. 지금 불거지는 폭행 여부와 그에 따른 진실공방은 본질에서 보면 이차적인 문제에 가깝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엇갈리고 신체적인 폭력이 자행된 것을 부차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봐서 본질에선 한 발짝 빗겨 난 곁가지라는 것이다. 그것은 경찰과 검찰로 이어지는 사법 시스템으로 넘기고 여기서 이들과 유착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또 그것대로 감시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하는 수순이다. 절차 안에선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승리라는 대중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마약 행위를 인지했느냐 여부와 그에 따른 미필적 고의 또는 사실관계에 따른 책임이다. 심지어 ‘입대’라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까지 도피처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다. 모든 의혹이 드러나기 전에는 그것이 회피의 수단으로 도용되어서는 안 되고 입대와는 별개로 끝까지 추적되어 다뤄질 사안이다.


승리→클럽 버닝썬→마약→폭행→성폭행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어느 하나 바로잡는 것을 놓쳐선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 체제에 큰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시발점이란 것을 맨 앞에 둬야 한다. 이것은 또 다른 유명인의 집단 내 끼리끼리 비위 행위와 구별되며 이 지점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지하는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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