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언어철학으로까지 발전했다. 일본 정부가 바다로 내보내려는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를 처리수로 부르자는 놀라운 제안이다.
일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제안이다(하긴, '용납할 수 없는'의 주어도 우리 대통령인 마당에).
아재는 오염수와 처리수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국민대통합의 차원에서 오염호소수라 부를 것을 제안한다.
오염호소수
오염이 됐는지 아닌지를 놓고 다툴 것이 아니다. 시찰인지 사찰인지 관찰인지가 끝날 때까지 오염 여부 판단을 유보하자(사실 이 살필 察의 실체도 밝혀야 한다).
피폭된 방사능 폐기물을 냉각시킨 물이므로 당연히 오염이 의심되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나도 오염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들이다(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를 용납 못 하는 분도 우리 국민이고 말이다).
사실 '호소'는 만병통치어이자 전씨 집안의 보물 칼이다. 이 용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문 때 처음 등장했다. 피해호소인.아닐 수도 있음을 강요하는 신박한 어간이다. 그때 빨간당은 이 용어를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아, 자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화장실 전후와 정권교체 전후의 마음이 같지 않은 건 누구나 안다. 혼내키려는 거 아니다. 어쨌든 양쪽의 주장과 과거, 현재의 입장을 종합해,
오염호소수, 처리노력수, 오염의심수, 방류예정수와 같은 객관적인 용어나정화기원수, 무기징역수, 북청물장수따위의 재기발랄한 용어는 어떤가? 제주삼다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음절의 고퀄 라임도 생기고 말이지...
말이 나왔으니 이런 아름답고 정확한 중립어를 널리 퍼뜨리는 것도 좋겠다. (자칭)경제전문가, 원내대변(주장)인, 방송통신(피고)위원장, 대통령(겸직)영부인, 음주사고유발(의심)자, 행동치료(노력)사, 중환(일지도모르는)자 등등
P.S 내가 정수기 회사 마케팅 담당 직원이라면 재빨리 일본의 정화처리(주장)전문가들을 모델로 섭외하겠다. 자기네가 바다에 버리려고 하는 완벽정화주장수를 한 모금 마시게 한 뒤에, 얏빠리 청호나이수데스네~~(역시 청호나이수구나)라고 멘트를 치게 하는 것이다.BTS 멤버들보다 많이 팔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