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졌다. 웰메이드 신파극에게... 영상물을 보며 마지막으로 눈물을 훔친 적이 언제였더라. 거부감 대신 몰입감을 주는 최루탄은 늘 환영이지만 '팔월의 크리스마스' 이후에 없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뭘까?
죽음을 걸어놓고 펼치는 사랑 이야기는 쌔고 쌨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클리셰를 사뿐히 넘는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이 매력적이라 불을 켜고 보던(어디 한번 울려 보시지) 눈에 느닷없는 눈물을 시전한다.
우리 모두는 삶의 각본을 읽은 후에 태어났단다. 출생의 순간에 잊어버리긴 하지만... 이 따위 삶도 내가 선택했단 말이야? 라며 놀라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을 더 가꿔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평생이 될지도 모를 신장 투석과 가혹한 절제로 살아야 하는 여자가 영상을 올리며 영화가 시작한다. 곧 죽을 사람과 결혼하고 신장을 기증받겠다는 심산이다. 뇌종양 말기의 어리바리한 남자가 그녀의 제안에 응한다. 치료를 거부하고 사후에 혼자 남을 엄마를 부탁한다.
둘은 거래로 만나지만 사랑하게 되자 절박함의 방향이 바뀐다. 어떻게든 낫고 싶었던 그녀는 어느새 콩밭이 절박해지지 않는다. 남자는...(스포가 될까 봐 노코멘트) 마음의 방향이 쉴 새 없이 방황하는 순간이, 그 과정이 어쩌면 사랑 아닐까?
영화의 부제는 viva la vida이데 스페인어로 '인생 만세!'라는 뜻이다. 삶은찬양받아 마땅하고 그 이유는 사랑이다. 영화에 '냉혈한'이란 낙서가 두 번 등장하는데 우리는 두 번째에서 무너지고 만다. 저주가 아니라 방황이기 때문이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서야 사랑이 온전해질 수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자 아이유의 노래 love wins all이 떠올랐다. 망침도 슬픔도 다 떠안고 같이 저무는 것이 사랑이라 말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