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삶의 끝

양재영 할머니를 추모하며

by 이지완

《모진 삶의 끝》


골목에서 튀어나온 자동차가

왼쪽으로 돌다가

할머니의 허름한 몸과

앙상한 유모차와

야윈 파지 몇 장을

타 넘었다


바퀴에 깔린 셋은 비슷했다

작았고 추레했고 오래되었다


젊었을 땐 아기를 태웠을 유모차

새 물건 담던 구겨진 박스를 싣고

헐거워져 굽은 허리를 이끌었다


팔십사 년 보내는 동안

할머니의 몸은

무얼 싣고 담고 태웠을까


온갖 종류의 아픔,이라고

갖은 종류의 슬픔,이라고

힘겨웠던 삶을 추리려는데

왜 그 밝은 웃음만 떠오르나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서럽지 않은 때 없었다고

해맑게 웃는 낯으로 말하던 할머니

영정사진마저

동무와 함께 예쁜 공깃돌 줍던

소녀 시절의 폭소 그대로


무얼 싣고 다녔든 이젠

기쁨만 담은 웃음으로

사랑만 가득한 그곳에서

영원히 평안하소서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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