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직장인 0씨
처음 독서 모임을 시작한 계기는 무료한 직장 생활에 보람찬 무언가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커뮤니티 운영에 애정이 크지 않았다. 격 주 한 번씩 책을 읽고 모여 대화를 나누는 게 다였다. 시스템도 없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킨 후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렇게 반년의 시간이 흐르니 10명에서 시작한 모음은 3~4명으로 줄어있었다. 사실 지금 모임을 없애도 아쉬움은 없었다. 커뮤니티 운영에 최선을 다한 것도 아니고 애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커뮤니티 회원을 모집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접는다는 것이 내 삶의 태도와 맞지 않았다. 그래 지금까지 해온 것 한 번만 더 노력해 보자는 생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독서 모임에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어떤 토론을 하는지 PPT로 제작해서 SNS에 올렸다. 업로드만 하면 사람들이 찾아올 줄 알았다. '좋아요'도 수십 개 수백 개 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시릴 정도로 추웠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자존심을 버렸다. 어떻게 하면 독서 모임에 회원을 유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회사 동료, 친구, 지인에게 독서 모임을 함께 하자고 권유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독서 모임 중 우리 독서 모임을 선택해야만 하는 근거를 만들어주고자 했다. 최선을 다해 독서 모임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한기수 마무리 때 특별한 활동을 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함께 영화를 본다. 정신의학과에 근무하는 간호사를 게스트로 초청하여 영화에 나온 알츠하이머에 관한 이야길 듣는다. 박경리 <김약국 딸들>을 읽고 통영에 놀러 간다. 시민공원에 가서 돗자리를 펼쳐서 초밥을 먹으며 이야길 나눈다.
커뮤니티 회원을 10명 미만으로 고정했다. 10명이 넘어가면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로 회비를 받지 않았다. 나도 함께 돈을 내며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모임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단순히 취미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유익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았다. 그렇게 1년 정도 커뮤니티를 유지하다 보니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존에 카페 또는 스터디룸에서 독서 모임을 했었다. 모임을 한 타임 더 진행하려고 하니 여러 불편한 사항 때문에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고를 치기로 결심했다. 가진 거 하나 없었던 20대 후반 사회 초년생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