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대디의 난생처음 셀프인테리어 #15 공사현장 ① 창호
◇ 공사 기간: 1일
◇ 작업 내용:
- 내부 창호 철거
- 수직 수평 체크
- 고임목 설치
- 창호 실측
◇ 감리 포인트
- 발주 전 유리와 창호 스펙 다시 확인하기
- 프레임 두께만큼 고임목 2개 놓기
- 고임목은 최대한 촘촘히 1m 간격 내 설치
공정 순서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반 철거가 들어가기 전에 창호 철거부터 진행했다. 창호 공사 기간은 철거 1일, 시공 2일로 총 3일이 걸렸는데, 철거 첫날에는 기존에 있었던 내부 창호를 철거하고 철거한 내부 창틀의 수직 수평이 맞는지를 체크했다. 그리고 이후에 설치할 창호를 튼튼하게 고정시킬 고임목 설치 작업도 함께 했다. 첫날은 내부 창호만 철거하는 날이라 큰 소음은 발생하지 않았다. 외부 창호는 같이 철거하지 않은 이유는 첫날부터 외부 창호를 철거하게 되면 발주 후 설치까지 일주일 정도를 샷시가 없는 채로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의 찬 바람에 보일러가 동파되거나 비바람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어 이 날은 내부 창호만 철거했다.
철거와 동시에 발주를 위한 정확한 현장 실측이 진행된다. 유리나 창호의 스펙은 내가 작성한 기획서를 보고 진행했기 때문에 특이 사항은 없었지만 실측을 할 땐 옆에서 함께 더블 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 문이 열리는 방향이라던지 창호의 크기, 창틀의 두께 같은 것들을 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의 경우에는 거실 발코니 외부 창호가 꺾이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고정창으로 할지 PVC 공틀로 할지 여부도 현장 실측 시에 결정해주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터닝 도어가 있는 부분은 PVC 공틀을 설치하기로 했고, 통로 부분은 유리 고정창을 시공해 개방감 있게 만들었다.
발코니의 에어컨 실외기실에는 창호 사장님의 추천으로 루버 창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마다 내부 규정이 다르지만 우리 아파트의 경우 에어컨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코니 한쪽을 실외기실로 써야 하는 상황으로, 에어컨을 가동했을 땐 창문을 열어서 실외기를 식혀줘야만 했다. 일반적인 샷시를 설치했다가 창문을 계속 열어 놓게 되면 비가 왔을 때 발코니 쪽으로 비가 다 들이칠 수 있기 때문에 날씨 때문에 열고 닫았다를 반복해야 되는 귀찮은 상황이 생기고 만다.
요즘 신축 아파트의 경우 루버 창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30년 가까이된 구축 아파트인 우리 집은 없다.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루버 창을 설치한 곳은 우리 집을 포함해서 단 두 곳 밖에 없다. 루버 창은 계획에 없던 옵션이라 비용은 조금 추가되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는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어 좋다. 이때 신속하게 결정해주면 작업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창호 철거 첫날이라 외부 샷시는 손을 대지 않았지만 주방 쪽 외부 창호는 이 날 같이 철거했다. 주방에는 '유로시스템9 미니'이라는 시스템 창호가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기존의 PVC 단창 프레임에 비해 훨씬 두꺼운 프레임이라 추가 목공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창호 프레임을 철거하면 레이저 포인터로 골조가 수직, 수평인지를 체크한다. 건축 디자인에서는 수직, 수평이 핵심인데 그중에서도 창호는 열고, 닫기를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수직, 수평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창문이 열리지 않거나 소리가 나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수직, 수평을 잘 맞추고, 설치할 때 그 부분을 영구 고정시켜서 오랫동안 처짐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실력이다.
수평이 맞지 않는 곳은 시멘트로 수평을 맞추고 그 위에 플라스틱으로 된 고임목을 놓는다. 고임목은 프레임 두께만큼 놓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창호의 경우엔 프레임 두께가 두꺼운 이중창을 하게 되는데 고임목과 프레임이 거의 1:1이 될 정도로 맞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이 가면서 PVC로 된 창틀이 무거운 유리의 무게를 견지디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고임목을 촘촘하게 설치할수록 창호는 더 튼튼하게 고정된다. 때문에 그 간격이 최대 1m를 넘지 않도록 설치하는 것이 좋다.
창호 철거와 설치 관련 사전 지식을 미리 알아보고 온 상황에서 업체가 시공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내가 별도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에도 아주 정석대로 시공을 잘하는 모습에 정말 감사했다. 운 좋게도 셀프 인테리어 시공을 주로 하시는 실력 있는 창호 사장님을 만나서 첫 단추부터 잘 맞춰진 기분이 들었다. 이윤도 중요하지만 정성스러운 작업으로 입소문이 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인드를 가지신 사장님들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다. 셀프 인테리어라는 것이 아무리 사전 준비를 잘하더라도 시공 업자를 잘못 만나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공사 기간: 2일
◇ 작업 내용:
- 외부 창호 철거 및 폐기물 처리
- 새 창호 입고 및 설치
- 기존 실리콘 코킹 제거
- 외부 창틀 고임목 설치
- 창틀 우레탄 폼 사춤
- 실리콘 마감
◇ 감리 포인트
- 우레탄 폼 사춤 꼼꼼하게 하기
- 주문한 스펙대로 설치되는지 확인
- 문 열고 닫음, 소음 유무 확인
창호 철거를 하고 발주한 제품이 도착하는 날짜에 맞춰 창호 시공 날짜가 정해진다. 내 경우엔 제품 발주부터 수령까지 5일 정도가 걸렸는데 그 사이에 욕실과 일반 철거를 진행했다. 창호 시공은 이틀에 걸쳐 진행했는데 당일 시공이 끝나는 업체도 있고, 이틀 정도 걸리는 업체가 있다. 이 부분은 업체의 시공 스타일에 따라 다른 것 같아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공하는 것을 옆에서 감리해보니 외부 창호 철거, 사다리 차를 통한 폐기물 처리 및 자재 올리기, 수직 수평 맞춰 설치, 우레탄 폼 사춤, 실리콘 마감 및 최종 점검까지 이 모든 걸 당일에 끝내려면 아주 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창호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에는 사다리 차 비용도 한몫을 한다. 창호는 워낙 부피도 크고 무거워 엘리베이터로는 절대로 옮기지 못하고 사다리 차를 이용해야만 한다. 이때 사용하는 사다리 차 비용도 아파트 층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요금 구간은 대략 2 ~ 13층, 14 ~ 20층, 21 ~ 24층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 2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의 경우 사다리차가 아닌 유압 윈치 차량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다리차에 비해 비용이 매우 높다.
우리 집은 20층 이상 층이었기 때문에 사다리차 사용료 중에는 가장 비용이 높은 편이었다. 작업 시간이 늘어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다리 차가 오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도착하면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사다리 차가 오는 날짜와 시간을 관리사무소에 이야기해놓고 사다리 차 작업 공간을 확보해 놓는 것이다.
사다리 차가 도착하면 사다리를 우리 집 베란다 난간에 잘 고정시킨다. 철거해 놓았던 창호 폐기물을 사다리 차로 내리고 나면, 1층에서 새로 제작한 창호와 유리를 잘 묶어 올려준다. 아무래도 고층이다 보니 바람도 많이 불고, 창호도 무겁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이 날은 날씨도 좋고 숙련된 작업자 분들이 계셔서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외부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창호는 비바람이 우리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호와 창틀, 창틀과 건물 외벽이 기밀하게 시공되어야 하는데, 이때 첫째로 중요한 것이 기존에 있던 실리콘 코킹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다. 실리콘이 건물 외벽과 창틀을 꽉 잡고 있어야 하는데 그 사이에 기존의 실리콘이나 이물질이 남아 있다면 아무래도 접착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호 철거 시 잡지 못했던 외부 창틀도 수직 수평을 잡으며 고임목을 설치한다. 내부 창호와 마찬가지로 프레임의 두께만큼 고임목을 놓고, 간격은 1m 간격으로 최대한 촘촘하게 설치한다. 이렇게 수직 수평을 맞춘 후에는 창틀을 올려놓고 고임목을 놓았던 자리에 칼블럭을 박아 영구 고정시킨다. 확장을 한 작은 방의 경우 기존의 단창이 설치되었던 자리에 이중창을 넣어야 하는데 이중창은 프레임의 두께가 더 넓기 때문에 프레임 자체가 공중에 뜨게 된다. 그래서 이 부분에는 추후 목공 작업 때 프레임의 두께만큼 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때까지 프레임이 처지지 않도록 나무 목재로 받쳐 놓았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창호를 하더라도 시공에서 잘못해버리면 창호의 기능을 100% 사용할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우레탄 폼 시공이다. 우레탄 폼은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재로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 창틀과 외벽과의 사이 공간에 이 우레탄 폼을 최대한 꼼꼼하게 쏴서 빈틈이 없도록 기밀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빈틈으로 차가운 외부의 바람이 들어와서 춥기도 하고, 결로가 생겨 곰팡이의 원인이 되고 만다.
사전 준비를 하면서 한 유튜버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레탄 폼을 사춤하는 영상이었는데, 창틀 속에는 대충 비워두고 보이는 겉 부분에만 쏘는 시공업자에게 유튜버가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더 심각한 건 그 유튜버가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인데도 그 앞에서 시공업자는 이상이 없었다고 우기는 상황이었다. 나 같은 셀린이는 오죽할까. 그래서 우레탄 폼 사춤할 때는 현장에 계속 상주하면서 확인을 했다.
우레탄 폼도 겨울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겨울철에는 폼이 얼어서 잘 분사도 되지 않고 낮은 온도에서는 폼이 바스러지는 현상이 있는데, 겨울용은 이런 단점을 개선한 제품으로 일반 제품보다 대략 두배 정도는 비싸다고 한다. 양심적으로 좋은 자재를 사용하는 시공업체를 만난 덕에 지금도 따뜻한 집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우레탄 폼 시공이 끝나면 창틀과 외벽이 만나는 부분을 실리콘으로 꼼꼼하게 잘 매워줘야 한다. 실리콘 코킹이 잘 되어야 외부의 빗물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는다. 발코니 내부는 이후에 페인트 도장을 했을 때 페인트가 잘 묻을 수 있도록 수성 실리콘을 사용했다.
설치가 되는 중간에도 우리가 할 일이 있다. 발주한 자재가 스펙대로 제대로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일인데, 나는 외부 창호 창틀을 먼저 확인했다. 우리 집에 설치한 창틀에는 'LX Hausys HAENGSUNG KS F 5602<외부용>, LX Hausys SF140NB PVC 수지계 SUI13 H0-2108-eco' 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찾아보니 외부에서 사용되는 자재가 맞았고, 베스트 3인지 베스트 5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내부 창틀과 레일의 컬러를 확인했는데 블랙으로 되니 베스트 5 등급을 확인했다. (창틀과 레일 컬러가 블랙이면 베스트 5, 전부 흰색으로 되어 있으면 베스트 3이다.)
유리는 예산 절감을 위해 KCC e-Max 로이 유리를 설치했다. 로이 유리를 구별하려면 유리에 B종 Ⅱ류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로이 유리가 아닌 유리에는 A종 Ⅱ류라고 적혀있다.
마지막으로 샷시 손잡이 하드웨어를 설치하고 나서 문이 잘 열리고 닫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설치하고 보니 한쪽 문이 이상해 다시 제작하게 되었는데, 창호를 제작하고 적재하는 과정에서 휨 현상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문을 열고 닫아보면서 소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부드럽게 열고 닫히는지 꼼꼼히 확인하자.
앞, 뒷베란다용 터닝 도어는 목공사로 그 틀을 먼저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재만 받아두고 추후에 목수 분들이 설치하기로 했다. 주방 창인 '유로 시스템9 미니'는 LX 하우시스 본사에서 제작되어서 오는 완성창이어서 배송이 오래 걸려 당일 설치는 하지 못했다.
개방감과 환기까지 두루 갖춰 우리집 창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LX하우시스 유로 시스템9 미니의 경우 프레임이 두꺼운 3중 유리 시스템 창호인데, 기존 단창이 설치된 외벽은 폭이 좁아 시스템 창호에 맞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설치가 가능했다. 유로 시스템 9 미니의 창틀 스펙을 미리 목수분께 전달해서 목공 작업할 때 창틀을 만들었고, 제품이 도착한 후 정상적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창은 설치 후 가장 마음에 드는 창호 중 하나로, 분절선 없이 개방감을 주되 환기까지 가능한 주방 창을 고민한다면 이 창을 추천한다.
이렇게 창호 시공이 다 끝났다. 인테리어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시공인 데다가 공사의 첫 단추였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다. 나는 이번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단열, 누수 등 기능적인 부분에 더 많이 집중했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단열, 누수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부 뜯고 다시 시공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열을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단열 시공도 중요하지만 우선 창호가 기밀하게 잘 시공되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시공하는 모습을 직접 봐서 그런지 더 안심이 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