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두부 Nov 21. 2024

Carrot cake

<carrot cake> 2024 Pencil, colorpencil and collage on paper

<carrot cake>

2024

Pencil, colorpencil and collage on paper

-


일찍 일이 끝난 쿠코 씨는 팔을 어깨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거대한 회색빛 빌딩을 나와 회전문을 지나고 몇 개의 횡단보도를 건넌 후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창 밖으로 노란 은행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닥은 온통 노란 은행잎으로 덮여 있었다. 그때 앞에 앉은 한 아이가 엄마의 팔을 톡톡 치고는 창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꼭 머스터드 소스를 뿌려댄 거 같아 엄마!"

아이의 엄마는 밖을 한번 보고는 아이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그렇네, 집에 가서 머스터드 소스에 너겟 먹을까?"

엄마의 질문에 아이는 잔뜩 신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겟을 사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핸드폰 알림이 울려 메시지를 확인했다.

함께 사는 룸메이트가 보낸 메시지였다.

[옆집 링커씨가 당근케이크를 주고 가셨어. 빨리 와서 같이 먹자]

쿠코 씨는 아이만큼이나 신나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당근케이크는 쿠코 씨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였다. 발이라도 동동 구르며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쿠코 씨는 스스로 참을성이 있는 멋진 어른이라 되뇌며 입가에 미소만 지었다. 빨간 지붕의 호떡집을 지나 드디어 쿠코 씨의 집에서 멀지 않은 정거장에 도착한 쿠코 씨는 모서리가 닳은 가죽가방을 붙잡고 집까지 마구 뛰어갔다. 룸메이트인 사자는 벌써 파자마를 입은 채 케이크를 자르고 있었다. 쿠코 씨는 빠르게 씻고 난 후 햇빛에 잘 마른 파자마를 펄럭이며 재빠르게 입고는 당근케이크를 담은 접시를 집어 들었다. 향긋한 크림치즈향과 블루베리잼 향이 가볍게 퍼졌다. 쿠코 씨의 마음도 촉촉한 케이크 시트처럼 부드러워지는 듯했다.


작가의 이전글 Dream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