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어공부 중간점검
벌써 1년 중 8개월이 지나서 나의 한 해를 돌아보던 중, 올 해는 도저히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한 거라면 영어공부를 (반강제로) 다시 시작한 것. 주로 영어를 사용하는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매일같이 영어에 압박을 느꼈기에 어쩔 수 없이 영어라도 할 수 있었다. 올 초에 내가 세운 목표는 12월까지 "영어로 하고 싶은 말 모두 무리 없이 하기"였는데, 점점 더 영어에 익숙해질수록 이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노력보다도 대부분의 컨텐츠를 영어로 접하고 표현도 영어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다시 영어공부 컨텐츠를 찾아보며 또 어렴풋이 느껴가며 안 것은 모든 언어에는 노출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인풋과 아웃풋이 상호작용해야한다. 인풋은 듣기 읽기 등 인입되는 것이고 아웃풋은 말하기 쓰기와 같이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아이들은 앉아서 공부하지 않지만 "맘마"라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면 맘마가 뭔 지 알고 따라할 수도 있다. 상황에서 "맘마"라는 말(인풋)을 듣고 따라하는(아웃풋)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둘러싸여 있으면 따로 책상에 앉아 공부는 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말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이렇게 기본적인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점점 다양한 단어도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과정에서 습득하게 된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아쉽게도 내가 옛날에 받은 영어교육은 모두 인풋에 한정되어 있었다. 토플을 치기 전까지는 모든 영어시험도 인풋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착실히 공부했기에 인풋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아웃풋이었다. 나는 평소 말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 주로 듣는 쪽에 속한다. 이 점은 영어든 한국어든 말하기를 늘리는 데 영향이 크게 있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말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말할 기회가 없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을 때조차 말하려 노력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특히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로 영어를 쓸 일이 일절 없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영어실력이 줄어들 뿐이었고, 영어를 다시 해 보겠다는 다짐과 열심히 살아 보겠다는 다짐으로 어찌저찌 영어를 주로 쓰는 회사로 이직을 했다. 막상 와 보니 이 곳은 영어를 못 하면 승진을 할 수 없는 유리천장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곳이었다. 리더급은 거의 모두가 외국인이고 매니저급은 거의 모두 2개국어능통자다ㅎ 리더들과 진행하는 모든 회의는 당연히 영어로 진행되고, 해외지사 팀원들과도 거의 항상 영어로 회의가 진행된다. 통역이 있긴 하지만 매번 통역리소스를 신청하는 것도 불편하고 사용해도 뉘앙스가 잘 전달되지 않아 2% 부족하다. 그런가하면 통역 없이 회의 하면 스스로 답답하고 상대방 말을 이해하는 데도 훨씬 많은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한다.
내가 한국어와 영어의 가장 큰 차이를 느끼는 때는 이 때다: 회의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면, 한국어는 들리는데 영어는 들리지 않는다. 내 무의식은 한국어는 이해하지만 영어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연 회의를 할 때 뿐만이 아니다.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요리를 할 때도 잠시 딴 생각을 해도 한국어는 들리지만 영어는 내가 뭘 들었는 지 뇌에서 이해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여전히 영어는 내가 집중력을 써야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것이다. 아웃풋에서의 내 한계는 예저녁에 인지한 지 오래이지만 인풋에서 한계가 느껴질 때는 정말 외국에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임을 깨닫는다.
한국어만큼 자연스럽게 영어를 늘리려면, 그만큼 많이 영어에 노출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에 살고 한국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어떻게 영어 노출을 늘릴 수가 있겠는가.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권 국가에서 몇 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영어권 국가에 나가서 살기는 너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그래서 쪼개 보았다. 영어권 국가에서 사는 것의 어떤 점이 영어를 늘게 하는 건지. 단연 영어의 인풋과 아웃풋이 는다는 것이다. 외국에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영어로 듣고 말하는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티비를 틀어도, 라디오를 틀어도 영어가 나온다. 카페에 나가서 백색소음을 들어도 영어다. 한편 내가 주문을 할 때도 전화를 할 때도 잡담을 할 때도 어쩔 수 없이 영어로 해야 한다. 즉 인풋과 아웃풋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어권 국가로 당장 갈 수 없다면 이런 환경을 스스로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혼자 살고 있기에 조건은 좋은 편이다. 내가 내 스스로의 환경을 세팅할 수 있었다.
올 해 내가 인풋과 아웃풋을 스스로 어떻게 세팅해가고 있는 지 확인해보자.
인풋 늘리기
주중의 내 환경은 보통 이렇다: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요리를 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 업무방으로 들어가서 일을 한다. 정신차려보면 이미 밤이다. 퇴근했을 땐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손은 이미 핸드폰을 들어 유투브를 켠다. 의미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소식들을 알려주는 유튜브 세상에서 허우적댄다. 한 두시간 지나고 나면 잘 시간이다. 후다닥 샤워하고 머리도 말리는 둥 마는 둥 하고 잔다. 그럼 다시 다음 날. 쳇바퀴 돌듯 반복된다. 여기서 영어 인풋을 비집고 넣을 수 있는 틈을 찾아봐도 별로 여유가 없다.
여기서 습관의 법칙을 활용하기로 한다! 새로운 것을 하는 건 어렵지만 기존의 습관을 바꿔치거나 덧붙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기존의 습관을 바꿔치기로 한다. 이를 통해 두 개의 새로운 습관을 정착시켰다.
아침 요리 시간을 활용하기
나의 아침은 공백으로 시작한다. 고요한 시간 속에서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시간을 포기하기로 한다. 이 시간을 팟캐스트로 채우기로 했다. 습관 덧붙이기다. 누군가의 목소리로 채우는 아침도 나쁘지 않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한동안의 공백 후 팟캐스트를 들으며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는 더 데일리, 그리고 애니띵고즈위드애마, 그리고 들을 게 없을 때는 npr now. 애마는 아침에 듣기는 좀 시끄럽긴 하지만 그럭저럭 가벼운 내용이라 듣기 나쁘지 않다. 적절히 주제를 보며 골라가며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고요함이 좋은 날은 조용히 요리를 하고 조용히 밥을 먹는다.
영어 유투브 보기
내 휴식시간의 대부분은 유투브가 잡아먹는다. 가만히 누워서 컨텐츠를 보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갈 수가 없다. 가장 아까워하면서도 가장 바꿀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왕 유투브를 보는 거 구독하는 컨텐츠만 영어로 바꾸기로 했다. 어짜피 이전에도 내가 뭘 보는 지는 내가 결정하지 않았다. 기존에 구독해 둔 채널들이 많아서 다시 세팅하는 게 번거로웠기에 그냥 계정을 새로 팠다. 영미권 유투버 추천을 검색해서 몇 개 팔로우해두면 그 다음부터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해 준다. 이왕 쉬는 거 영어로 보고 쉬기로 한다.
한편 그 밖에 내가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들도 있다.
원서로 책 보기
원서로 책 보는 것도 처음에는 꽤 잘 먹혔던 방법 중 하나다. 비록 한국어로 읽는 것보다 시간은 세 배 정도^^ 더 걸리지만 그래도 한국어로 읽으며 답답했던 번역 부분을 원서로 읽으며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집중력을 요하는 점 때문에 결국 한 두 달 지속되다 끝났다. 더 이상 나는 영어를 책상에서 공부하듯 하고 싶지 않아한다. 그런데 원서책을 읽는 것은 조금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어서 지속하기를 실패한 것 같다. 최소한 내가 한국어로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만 원서로 다시 읽으려고 책을 사 두긴 했지만 읽지 않은 채로 책꽂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애초에 책 읽는 습관이 잘 잡혀있지 않아서 영어로 읽으려 하니 그 습관까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최소한 책 읽는 소중한 시간은 잃고 싶지 않았기에 이 습관은 버리기로 했다.
핸드폰 세팅 영어로 해 두기
나는 이것만은 못해먹겠더라. 급한 순간에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항목을 찾을 수 없으면 숨막히게 짜증이 난다. 영어 세팅은 왠지 이질감이 느껴지고 절대 적응되지 않는 것 중 하나다. 내가 일상에서 편하게 쓰는 것은 편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어로 글쓰기
글 쓰는 것은 나의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런데 영어로 글을 쓰려 하면 어쩐지 이 일이 하기 싫은 과제처럼 되어버린다. 대학 때 쓰던 레포트를 다시 쓰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 또한 앉아서 하는 일이라 과제처럼 느껴져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영어로 글을 쓰려 하면 딱 쓰기가 싫다. 글쓰기 또한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취미 중 하나이기에 과감히 영어로 글 쓰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웃풋 늘리기
사실 아웃풋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적극적으로 뭔가 시도하기에는 이미 나는 너무 매일 지쳐있기 때문이다ㅠ 가능하면 사내 미팅에서도 영어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회의에서 얘기할 땐 내가 마음이 편하거나 상황에 압도되지 않은 상황일 때는 적당히 잘 얘기할 수 있지만, 내가 잘 모르는 주제이거나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버벅대서 나조차 내가 뭐라고 하는 지도 잘 모르는 때가 많다. 그래서 활용하는 것이 링글이라는 화상영어인데 꽤나 나쁘지 않다. 링글을 이용해서 영어공부 중이고 특히 내가 직접 말한 것을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만족하고 사용하는 서비스 중 하나! 링글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