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정문에는 왜 소나무가 있을까?

아파트 마당 이야기

by 콩나물

도대체 소나무가 뭐길래 그러냐는 째미씨의 글을 보며 나도 신입 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기억났다. 지금은 세뇌되어 아파트 정문에 당연하듯 소나무를 배치하지만, 나도 신입 때 정문이나 주요 가각부에 소나무가 없다고 수정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도대체 하고 많은 나무 중에 왜 소나무야?"라는 생각을 했다. 아파트 조경에서는, 심지어는 그런 곳에 소나무가 없으면 설계가 잘못되었다(소나무가 누락되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현재 조경 업계에서 소나무를 대체할 나무는 없어 보인다. 언제부터, 아파트 대문(문주) 옆에는 당연하듯 소나무가 위치하게 되었을까. 유추를 해보자면 아파트라는 게 표준화된 건축이다 보니, 조경도 표준화된 것 같다. 또 아파트가 순수한 공간이나 디자인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자산과 상품이기도 하기에 그 마당도 자본주의의 원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옆 단지에 소나무가 있으면 우리 집에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비욘드 스페이스

소나무가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추측컨대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준다면, 생각보다 큰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건물은 2021년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며, 국내외 유수의 건축상과 조경상을 휩쓸었다. 건물 자체도 아름답지만, 조경도 설계와 시공이 잘 되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건물 앞의 마당이었다. 오피스 건물도 상징성 면에서 고급스럽고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를 대부분 심는데, 아모레퍼시픽 건물 앞에는 튤립나무가 여러 주 심겨 있었다. 또 하부 관목도 없어 개방감이 느껴진다. 사계절의 변화를 색으로 보여주는 큰 잎은 하얀색의 건물과 아주 잘 어울렸다. 오히려 클리셰가 되어버린 소나무가 아니라서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분명히 누군가는 상록수가 없고 겨울에 너무 비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의도를 시공까지 잘 구현한 끈기와 용기가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마당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소나무도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다


째미씨가 소나무의 종류를 잘 소개해줬다. 나도 그렇고 시공계에 종사하지 않으면 누구나 의문을 가질만한 것들이다. 나름 머릿속으로 정리한 내용에 대해서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소나무도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다. 왜 이렇게 구분을 해놓느냐 하면 둘은 단가도, 품질도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문주목"은 말 그대로 문주 옆에 들어가는 가장 좋은 소나무고, "특수목"은 문 주목과 비슷한데 특별하게 좋은 나무를 뜻한다. "조형"은 모양을 내서 키운 잘생긴 나무고, "장송"은 원래 뜻은 길게 뻗은 키가 큰 나무를 뜻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형은 "모찌", 장송은 "아라끼"로 쓴다. 건설에서 흔히 그렇듯 일본말이다.


훈련목 예시(출처: 라펜트)

"모찌"는 훈련목을 뜻한다. 말 그대로 훈련을 했다는 건데, 연습생 시절을 거친 아이돌을 뽑는다고 보면 된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연습생들은 몇 년간 다양한 연습을 한다. 다이어트도 하고 피부과도 다니고 시술을 받는 등 외모도 가꾼다. 가장 멋진 모습으로 데뷔하기 위해서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가장 멋진 모습으로 아파트에 데뷔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소나무가 하는 훈련은, 첫 번째는 잘 살기 위한 것이다. 나무는 옮겨질 때 차량에 실려지기 위해서 팔다리가 다 잘려서 옮겨질 수밖에 없다. 가지도 자리고, 뿌리고 자른다. 팔다리가 잘리고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나무는 잘 살 수 없다. 병이 나고 시들시들해진다. 훈련목은 이러한 과정을 한 번 거쳐서, 새로운 환경에 한 번 적응한 나무다. 잘린 뿌리에도 잔뿌리가 자라나 다음에는 예전만큼 뿌리를 많이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나무는 다시 아파트로 옮겼을 때, 예전보다 병치레도 덜하고 죽을 확률이 낮다. 훈련목 1~2년 차는 병치레가 많아서 대부분 3년 이상의 훈련목을 원하고, 5년이 넘어가면 다시 야생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중간에 다시 한번 옮겨줘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모찌는 때깔부터가 다르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훈련목은 산이 아니라 농장에서 캐온다. 이런 이유로 단가도 훈련목이 아닌 나무보다 대부분 2배 이상 비싸다.


두 번째 훈련은 예뻐지기 위한 것이다. 예쁜 소나무는 부르는 게 값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소나무란 몸매(모양)가 예쁜 소나무다. 소나무 수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크게 강원도 소나무와 전라도 소나무로 나뉜다. 강원도 소나무는 키가 크고 위로 곧게 뻗은 나무를 말한다. 이런 나무는 대체로 단독수로 심기보다는 3주 / 5주 / 7주씩 산山 모양으로 스카이라인을 잡아서 심는데, 조경공간에서는 랜드마크 및 공간의 배경 역할을 한다. 전라도 소나무는 꼭 전라도가 아니라 경상도나 충청도에도 농장이 많은데, 쭉 뻗다가 윗부분이 구불구불한 나무다. 사람마다, 회사마다 선호하는 나무 형태가 다르지만 요즘 주택현장에는 대부분 전라도 소나무가 선호된다. 마찬가지로 한 파트에 3~7주 정도 모아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전라도형은 비교적 키가 작아 아기자기한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정말 예쁘면 모아심기보다는 미술작품처럼 한 주 한 주가 작품처럼 잘 보이게 심을 수도 있다. 값을 잘 받기 위해서 농장 주인은 어린 가지를 쳐내는 등 키우기도 한다. 몸매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중요하다. 보통 머리숱(잎)이 풍성한 소나무가 멋지다. "밥"이라고 하는데, 소나무의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잎을 너무 쳐내거나 건강하지 않아서 밥이 적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밥이 차오르기도 한다. 머리숱이 많으면 푸르름이 더해져 공간의 품격을 더 올려준다.


아라끼 소나무 굴취 전 모습(출처: 산림조합중앙회)

"아라끼"는 이와 반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야생의 소나무를 말한다. 그래서 주로 산에서 캐온다. 그러다 보니 모찌보다는 생육 상태도, 모양도 좋지 않다. 글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때깔이 안 좋고 다소 수피나 잎이 거칠고 지저분한 느낌이 난다. 아파트 현장에서는 선호하지는 않으나 단가 문제로 외곽부에 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나무는 단독으로 심기는 어렵고 반드시 모아 심어야 한다.



소나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아파트에 들어올까?


조경 시공사는 먼저 설계된 규격과 수량의 소나무를 구해야 한다. 나무는 인터넷 쇼핑하듯이, 마트에서 물건 사듯이 살 수는 없다. 조경은 인맥과 발품이다. 알고 있는 전국의 농장주들한테 연락을 해서 원하는 나무가 있는지를 물어보고, 직접 가서 품질을 체크해야 한다. 방문해서는 건강상태, 규격 등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둔다. 규격과 키는 줄자나 스토퍼(큰 자)를 가져가서 확인하고 기록한다. 농장 하나에서 나무를 개별로 사는 것은 단가도 높고 힘들다. 나무가 일렬로 심긴 것도 아니고 랜덤 하게 심겨 있기에 장비가 들어가려면 여러 주를 한 밭에서 사는 것이 일 면에서도 단가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저 나무를 가져오려면 이 나무를 캐야 하기에 한 주씩 가져오는 것은 농장주도 싫어하고 많이 비싸진다. 대개는 한 밭에서 20~30주 정도 가져온다. 계약이 되면 이 나무는 내가 찜했다는 표시로 나무를 색이 있는 끈으로 묶는다. 묶인 나무는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다. 조경계의 불문율이다. 조경 시공사가 선별한 밭에는 감리나 조합장, 관리자 등이 함께 수목 검수를 가서 품질검수를 하기도 한다.


출처: 삼성물산 건설부문 블로그


결정된 나무는 가지과 뿌리를 어느 정도 전정하고, 굴취해서 뿌리 부분을 감싸고 트럭에 실린다. 고속도로에서 나무를 심은 차량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굴취하고 상차하는 데에는 중장비가 사용된다. 나무 가격에는 재료비뿐만 아니라 이러한 운반비도 포함되어 있다. 굴취된 나무는 현장으로 이동한다. 수목 반입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이고 상하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교통상황이 좋은 시간에 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 조기 출근해서 새벽시간에 나무가 들어온다. 서울 시내에서는 낮에 진행하면 현장도 그렇고 주변 교통이 마비가 되기에 그렇다. 꽁꽁 묶인 나무는 현장에서 임시로 가식 되기도 하고, 바로 정식되기도 한다. 실제 심을 때 또한 장비가 사용된다. 보통 멀리서 봐야 하기 때문에 장비를 사용하고, 한 명은 원하는 위치에서 소나무를 보며 각도를 조정한다. 나무도 면面이 있고 스카이라인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옮기다 보면 나무 한 주를 심는데 반나절이 훌쩍 넘게 걸리기도 한다. 실력이 있는 분들은 수목 검수 시부터 키와 모양을 고려하여 어떤 나무끼리 같이 심을지도 계산해서 심는다.


이렇게 들어온 소나무는 단지의 얼굴이 된다. 기르는 과정부터 심기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몇 년의 노력이 집약체가, 바로 소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집 앞의 소나무가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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