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미님의 배롱나무 이야기를 너무 즐겁게 읽었다. 여름에 꽃피는 나무는 배롱 만한 게 없다. 다른 이름이 간지럼 나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보다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서, 나무는 조경가에게 평생 숙제라고 하는가 보다. 직접 만나서 부대낀 만큼 알게 된다고 하니...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여기서 더 좋아질 일이 있는 것이지 나빠질 일은 없다는 뜻 아닐까?
배롱처럼 이름이 재밌는 나무가 하나 더 있다. 팽나무다. 상록에 소나무가 있다면, 낙엽에는 팽나무가 있다. 팽나무는 가격도 그렇고 대부분 대형으로 심기며, 멀리서 오는 친구들이 많아서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고급 수종에 속한다.
팽나무의 특징은 구불구불한 나뭇가지 모양에 있다. 특히 제주도 팽나무가 그러하다. 듣기로는 제주도의 바람을 맞고 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약간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그런 맛이 마치 원시적인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아파트 조경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모방이다. 진짜 자연이 아니지만, 자연의 좋고 편한 부분을 떼다가 자연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서 휴식을 선사한다. 그런 점에서 팽나무는 매력적인 재료일 수밖에 없다. 도시 한복판에서 가장 원시적인 자연을 보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이렇듯 제주도 팽나무가 많이 쓰이다 보니, 점점 물량이 줄어들고 비싸져 최근에는 내륙 팽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내륙이라고 해도 대부분 남부지방에서 가져온다. 내륙 팽나무는 뱃삯(운반비)이 크게 줄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대신 팽나무의 구불구불한 느낌은 덜하다. 팽나무는 느릅나무과로 느티나무라고도 하는데, 내륙산 팽나무는 제주산보다 키가 더 크고 쭉쭉 뻗어서 느티나무와 구분하기 어렵다. 진짜 제주산임을 알아보려면 나뭇가지 끝이 굽었는지 펴졌는지를 보면 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뿌리에 흙이 빨간지를 보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내공이 부족해서 실제로 보면 잘 모른다. 내륙산/제주도산 팽나무는 어렵지만 느티나무와 팽나무는 구분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내 생각에 잎을 보는 게 가장 정확한데, 팽나무는 톱니가 잎의 앞부분만 있고, 느티나무는 전체가 톱니가 있다.
팽나무의 장점은 남부수종임에도 중부에 심을 수 있으며 다른 나무보다 상대적으로 하자가 적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느티나무 보다도 팽나무를 선호하기도 한다.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는 것도 장점인데, 특히 가을에는 단풍처럼 빨갛지 않고 진한 노란색으로 물들어 아름답고, 특유의 모양 때문에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도 상대적으로 비어 보이지 않는다.
팽나무의 어원이 나에게는 좀 충격적이다.
왜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을까? 옛 아이들은 초여름의 파란 팽나무 열매를 따 모아 작은 대나무 대롱의 아래위로 한 알씩 밀어 넣고 위에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오른손으로 탁 치면 공기 압축으로 아래쪽의 팽나무 열매는 ‘팽’하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이름하여 ‘팽총’이라고 하는데, 이에 쓰인 나무란 뜻으로 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출처: 환경과조경
열매가 팽- 날아가서 팽나무라니. 사람으로 따지면 뚜벅뚜벅 걸어가서 뚜벅이라고 짓는 격이 아닌가? 좀 너무 대충 지은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서 개성 있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지도. 열매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총알 같은지 궁금하다.
팽나무는 제주도에 주요 군락지가 많은데, 한림 명월 팽나무 군락도 멋지고 곶자왈에서는 정말 숲 속에서의 정취를 해설자님의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혹시 우리 집 앞의 팽나무가 제주도 바람을 맞고 자라서 멀리까지 이사 온 친구는 아닌지,
오늘은 한 번 유심히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