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한일 관계로 인해 미리 계획했던 여행을 포기하지만, 우리 가족은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딸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저가 항공을 이용한 탓에 취소하기에 돈이 들어가고,,, 더욱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하기 위해서 발급해 놓은 표 값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하기가 싶지가 않았다.
만일 여유가 많았더라면 남들처럼 애국의 표시로 모든 것을 취소했으려나? 그것도 아닌 듯싶다. 솔직히 내가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일본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부담스럽고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개인적인 욕심에 여행을 결정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라피트를 타고 오사카 성으로 향하는 동안 적잖이 눈치를 봤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그런데 딸아이와 함께 여행을 해서 그런지 상상했던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린아이를 대동하니 일본인들이 조심하는 눈치였다.
물론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눈치를 본 적은 있지만, 거리를 둘 뿐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딸아이가 귀여웠던지 호감 어린 눈빛으로 바로 본 사람들이 몇몇 되었다. 특히 오사카 성에서 뱃놀이를 할 때는 일본 남자아이가 딸아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에도 아이와 함께 온 부모여서 조금은 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가 있다면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된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편의점을 가도, 매장을 가도 아이가 있으니 특별한 경계심을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딸아이 덕에 우리가 좀 더 안전하게 여행을 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나 혼자 여행을 했다거나, 아내와 단 둘이 여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쓸데없는 상상일 수 있지만... 한일 관계가 순조롭지 못하니 절로 상상을 하게 된다.
특히 나는 남들보다 몸이 크다 보니 한국에서도 여행할 때나 혼자서 어딜갈때 적잖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예를 들어, 아내와 함께 저녁에 데이트를 하다가 유흥가를 지나치다 보면 어디선가 노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는데, 거의 업소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시선들이다. 실제 이런 경험이 많은 편이어서 밤에는 대학교나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 또는 동네 근처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의 유흥가 지역을 잘 가지 않는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내가 먼저 걸어가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대부분 그쪽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유심히 나를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 자신이 내 옆에 오면 그제야 일반인으로 생각해서 고개를 돌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조직으로 오해를 받은 셈이다.
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난바 시티 부근의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우동집을 방문했다.
오사카 난카이 난바역 앞 지하철 E5 출구 앞쪽에 상점가 거리 앞쪽에 위치한 난바 우동집이다. 간판이 붉어서 쉽게 눈에 들어오는 상점이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실내는 낡아 보였지만 마치 부산의 종각집(한국식 우동과 김밥을 파는 남포동에 있는 가게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나이 든 어르신 세 분이 운영하던 이곳은 의외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홀을 담당하는 안경 쓴 할아버지가 선뜻 다가와서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는데,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었다면서 어서 들어오라 말을 하고 이 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우동들을 친절히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우동을 선택하고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렸다. 음식이 나오자 나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니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아 주셨는데 딸아이를 생각해선지 얼굴을 가까이 두고 손가락 브이를 만들어 포즈를 잡아 주셨고 덕분에 마지막 날 여행에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이 그날 우리 세 사람에게 우동을 팔아봤자 큰 이윤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친절로 인해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분명 관광객들에 대한 친절은 또 다른 부가가치인 셈이다. 여행에서 친절을 맛본 사람이라면 다시금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날 먹은 우동은 저렴하고 평상시 먹는 우동과 비슷했지만, 친절이라는 소스 덕에 참으로 맛나게 먹었다.
혐한의 분위기 속에서 걱정스러운 여행이었지만 이렇게 짧은 추억이나마 가질 수 있어서 딸아이와 함께 여행이 감사하게 여겨졌다.
다음에 혐한이 누그러지고 양 국가 간의 관계가 좋아진다면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