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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Sep 26. 2019

설득

올해 4월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가 하기 싫다고 딸아이가 계속해서 말한다. 나름 집요하게...

엄마에게 하기 싫다고 말하면 꾸중할까 봐서 주양육자인 나에게 눈치를 봐 가며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설득시켜서 계속하게 만들까를 고민했었다. 

그동안 딸아이에게 한 말은 늘 같았다. 


안돼! 한번 시작했으면 엄마가 말한 기간 동안 반드시 해야 해! 알았지? 


그러면 그동안 딸아이는 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다니는 피아노 학원은 아이들에게 크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잘 교육을 하는 것 같은데 반복적인 피아노 연습이 아이에게 힘든 모양이었다. 

나는 피아노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한 가지 아는 점은 건반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쯤을 알고 있다.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아이를 데려오는데 아빠 기분을 살피더니 또다시 하기 싫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구나 싶어서 딱 잘라 말을 했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네가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했지 않았니? 그래서 아빠 엄마가 계속할 수 있겠냐고 물었어 안 물었어? 
그때 너는 잘할 수 있다고 예기했지? 약속은 약속이야. 알았어? 


그 말을 들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금세 모른척하고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넘겼다. 

요즘 자기가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으면, 머리가 많이 컸는지 바로 다른 화제로 돌리는 능력이 생겼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나는 집에 와서도 아이가 저렇게 하기 싫어하는데 무슨 해결책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계속 피아노 생각뿐이었다. 

해결책은 그만두게 하거나 계속하게 끔 설득하는 방법 두 가지뿐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알게 하고 싶은 생각에 계속하게 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래서 우선 내 아이의 특성을 정리했다. 그리고 피아노 학원을 다녀야 하는 필요성을 생각해 두었다. 

내 딸아이는 경쟁심이 강하다. 혼자라서 그런지 가끔은 독단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남이 자기보다 잘하면 금세 포기하려는 면도 있었다. 그래서 피아노 배우는 것이 힘들지만 극복하도록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지금 하고 있는 피아노 학습을 지속시키고 싶었다. 

분명 딸아이는 자기가 제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딸아이를 설득을 시키기 위해 내가 생각해 낸 키워드는 경쟁심과 포기하려는 마음이다. 


그리고 피아노 교습에 관한 것에 대해 정리를 했다. 피아노나 춤, 악기 등등 사람 몸의 일부분으로 배우는 것은, 대부분의 학습이 마찬가지지만, 다소 지루한 반복학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하다 도중에 그만두게 되면 결국 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부딪히는 고비를 반드시 넘어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피아노에 대해서는 학습 중단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했다. 


잠시 밖에서 놀다 들어온 딸아이와 식사를 하고, 차 한 잔 하자며 거실 바닥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따뜻한 녹차를 준비하고 어느 정도 식었을 때 둘이서 차를 마시고 피아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딸, 피아노가 그렇게 하기 싫어? 

아니요. 하기 싫은 건 아닌데 너무 힘이 들어요. 같은 것만 치는데 손이 너무 아파요. 

그래? 사실 네가 힘이 든다고 해서 가끔씩 학원 안 가게 해주잖아. 그래도 많이 힘들어? 

네.(시무룩 해진다)

있잖아. 아빠 엄마가 피아노를 시작하면 최소한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하라고 한 말 기억하지? 왜 그런 줄 알아?

잘 모르겠어요. 

그건 적게는 2~3년 정도 피아노를 꾸준히 배워야만 악보를 보고 딸이 하고 싶은데로 피아노를 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초등학교 2년 때까지 학원에서 배우자고 말한 거야. 

네 알겠습니다. (여전히 시무룩하다. ) 

그런데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피아노는 배우고 싶은 거지? 

네 계속하고 싶어요. 

만일 그렇다면 더욱더 그만 두면 안돼. 

왜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해 줄게. 차 안에서 네가 말했듯이 9살 언니 오빠들은 피아노를 매우 잘 치는데 너는 잘 못 치니까 속이 상하다고 했지? 

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야. 네가 말한 9살 언니 오빠들은 네 나이 때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2~3년 동안 계속해서 피아노를 쳐서 지금처럼 잘 치는 거야. 지금까지 6개월 동안 피아노 친 네가 몇 년을 피아노 친 사람보다 잘 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니요. 

그리고 당장 하기 싫다고 그만두고 난 뒤에 다시 피아노 학원에 가면 처음부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다시 시작해야 돼. 생각해 봐 봐, 네가 지금 그만두고 1년 후에 다시 피아노 학원에 갔다고 생각하자. 그럼 너는 8살 때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해. 그럼 너보다 나이가 작은 7살짜리 아이와 같이 같은 책을 보고 다시 공부해야 하는 거지. 왜 다시 해야 하는 줄 알아? 

몰라요(갑자기 눈이 동그레 졌다)

엄마가 피아노를 쳐 봐서 잘 아는 데 2~3년을 배워야만 피아노가 손에 익숙해질 수 있데, 악보를 보고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수준까지 연습을 해야 나중에 그만두더라도 또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는데, 그전에 그만두면 손에 익숙하기 전에 그만 두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거야. 

정말요? 

응, 너도 잘 봤잖아. 엄마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평상시에는 피아노를 치지 않지만 그래도 악보가 있거나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을 잘 치잖아. 봤지? 

네 맞아요 (갑자기 극하게 호응을 했다)

그럼 다시 물어볼게. 지금 그만두고 1~2년 후에 다시 6~7살짜리 아이들과 같이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피아노 배울래? 아니면 조금 힘들더라도 잘 참아서 나중에 9살 되었을 때, 네가 말한 언니 오빠들처럼 멋지게 피아노 쳐 볼 래? 

(한참 고민하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한다) 계속할래요. 

그래? 계속할 수 있겠어? 우리 딸 잘할 수 있지? 나중에 유치원생들하고 같이 피아노를 치면 좀 그렇잖아. 그지? 

맞아요. 그냥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저도 9살 되면 잘 칠 거예요. 

그래 우리 딸, 조금 더 힘내자. 힘든 거 조금 더 하면 좋아질 거야. 

(갑자기 실~ 웃더니) 네, 아빠. 근데 아빠. 저 TV 봐도 돼요? 

안돼! 지금 아빠랑 할 게 있어.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뭔데요? 

뺄셈 공부.. 이리 와... 칠판에서 공부하자. 한 동안 안 했잖아. 

(잠깐 실망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네 아빠.


그렇게 아이를 설득시켰다. 

아이의 경쟁심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을 고려하고 피아노 학습의 특성을 나름 잘 배합을 해서 딸아이가 가장 싫어할 법한 미래상에 대해서 대화를 하니, 자연스럽게 딸아이는 선택을 하였다. 

죽어도 남보다 못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건 남녀노소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잘하고 싶지만 인내의 시간을 채우지 못한다면 결국 도루묵이 되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다행히 오늘은 어떻게 키워드를 잘 잡아서 설득을 시켰지만 앞으로 이런 설득을 꽤나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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