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Oct 15. 2019

우리나라 연구계 업무와 임금, 그리고 능력

지금 쓰는 글은 주로 사회계열이라 보면 될 것이다. 내가 주로 한 일이 사회계열이다 보니 그쪽 분야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적으려 한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되는 직위나 금액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글을 읽는 사람의 넉넉한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나는 주로 학계 쪽에서 일을 했던 터라 직간접적으로 연구와 관련한 업무에 매우 친숙한 편이다. 현재 시점에서 나의 최종 직업은 대학교 연구교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석사과정을 수학하고, 잠시 서울에서 음반 관련 일을 했었는데, 서울에서의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실패라는 경험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 다시 학교로 들어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에는 여러 일들이 있다. 학생을 가르치거나 대학 내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일을 하거나 행정일을 한다. 또는 개인적으로 교수가 비서로 사람을 쓰는 경우도 있다. 나는 당시 모 교수의 개인비서로 일을 했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서울에서의 실패에 대한 값이라 여기며 정말 하기 싫은 일을 잘도 했던 것 같다.


기회가 되어 다시 박사과정을 수학하면서 연구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맡은 일은 주로 행정 및 재무 관련 업무, 그리고 소소한 연구 업무였다. 그렇게 또 세월을 보내다 보니 박사과정 수료를 하게 되었고, 수료와 함께 관련 연구소와 연계된 회사에 취직하여 계속해서 업무를 이어갔다. 그러나 회사라고 칭하지만 대학교 안에 있는 창업지원센터 안에 있던 연구 관련 회사였기 때문에 늘 같은 자리에서 일을 했었다. 하지만 나의 무능력이겠지만 몇 가지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고, 떠남과 동시에 전에 모셨던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학교 내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국가 출연 연구원에 입사하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 내가 본격적으로 나에게 맞는 능력을 펼쳤던 시점이지 않았나 싶다.


2008년부터 시작된 연구원 생활은 매우 흥미롭고 재밌었다. 당시 부산광역시청 민간보조금 사업을 운영하였고, 행정 및 재무를 포함한 일을 했었다. 그리고 가장 주 업무는 "아카데미" 운영과 "국내외 행사 운영"이었는데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던 일이었다. 일을 하면서 2009년에 결혼을 하고, 그렇게 몇 년 더 일을 하면서 연구원 이름이 세 번 바뀌는 경험을 하였다.

도중에 학위 취득에 뜻이 있어서 약 1년 반 정도 쉬었고, 무사히 학위 취득을 하고 직장을 구하던 중에 운이 좋게도 이전에 일했던 연구원에 다시 입사하게 되었다. 때는 2012년에 재입사해서 2014년 3월 초까지 연구원 일을 도맡아 했었다. 여전히 그 기간 동안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국내외 행사를 진행했으며, 심지어 연구원 이전은 물론 업무상 변해가는 각종 규정들을 접하는 경험을 가졌다. 그러다 2014년에 내가 연구원 원장으로 모셨던 교수님으로부터 스카우트되어 대학교 모 학과의 BK21플러스사업팀 계약교수로 이직하였다. 그리고 거기서 정해진 계약기간이었던 4년 동안 일을 했다. 당시 신진 연구인력은 최장 4년 동안 재임기가 가능했었다.


지난 일을 상기한 이유는 그동안 내가 한 일을 비교하여 연구 관련 업무에 대한 임금과 현재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여러 연구원들의 실정을 말해 보고 싶어서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야만 그만큼 나의 생각이 충분히 객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한 사람의 기준이 모든 원칙을 포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것에 대해서 좀 더 분명히 하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가 길었다.

그리고 어느 모 학생이 자신이 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싶은데 임금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문의받은 바가 있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얼마 전 모 학생이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석사학위를 졸업했고 박사학위를 수료했는데요. 모 연구원에 가면 연봉 3000만 원은 받을 수 있나요?"였다.


난 석사과정 때, 좀 오래되었지만, 장학금 명목으로 월 30만 원을 받고 살았다. 대신 연구소에서 먹고 자는 조건이 포함된다. 당시 학비 걱정을 덜어주는 고마운 장학금인 셈이었다. 물론 일은 남들보다 몇 곱절은 했다.

서울에서의 실패 이후, 개인 교수의 비서로 살 때, 월 12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 비서 일을 그만두고 다시 박사과정 때는 월 80만 원에 잠자는 숙소 제공을 받았다. 그러나 박사과정 막바지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월 120만 원 선이었고, 일을 많이 할 경우에는 150만 원까지 수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회사에 취업하면서 약 180만 원 정도를 수령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회사를 나와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처음 받은 수령액은 내 기억으로 약 200만 원 선이었다. 박사학위 취득 후에 다시 연구원으로 들어갔을 때, 임금은 230만 원 선으로 변했다. 이어서 BK21플러스사업팀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연봉이 3000만 원 대가 되었고, 이후 연장 계약 시 임금 조정으로 연봉 3900만 원까지 받았었다. 계약교수를 역임하는 동안, 논문 지원금과 출판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연봉으로 책정된 금액보다 더 받은 셈일 것이다. 초기 일 년을 제외하고 당시 3년 동안 매년에 3~5편씩 논문과 매년 1편의 저서를 썼는데 대충 계산해도 약 100만 원 정도를 더 받은 셈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은 제외하더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임금이 차별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단순 업무를 할 경우, 연봉 1200~1500만 원 선

행정업무와 서류업무를 할 경우, 연봉 1500~1800원 선

행정업무와 서류업무, 또는 일부 행사를 도울 경우, 연봉 1800~2000만 원 선

행정업무는 물론 서류업무, 그리고 행사 운영과 진행을 맡으면 연봉 2000~2500만 원 선

앞의 일을 하고, 보고서 작성을 맡으면 연봉 3000만 원 선

그리고 앞의 일을 하고, 보고서 작성은 물론 윗선에 대한 보고 및 사업 추진, 그리고 학생들까지 관리하고 교육하면 연봉 4000만 원 선까지 받게 됨을 알 수 있다. 연봉 4000만 원 선이면 당시 국립대학교 조교수 연봉 다음인 셈이다.

나는 여기까지 해 봤다.


그런데 내 아내를 보고 있으면 연봉을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일은 당연한 것이고 시청이나 관공서 관료들을 상대하며 일을 진척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 모든 것을 다 경험하고 실적을 쌓은 사람들이 요직을 맡아서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농담 삼아서 이런 이야기도 했었다.


1. 한글만 다루면 120~150

2. 한글과 엑셀, 한글과 파워포인트를 다루면 180~200 (위촉연구원)

3. 한글과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다루면 200 이상 (위촉연구원)

4. 학위가 있고(석박사) 위의 것을 프로답게 다할 줄 알고 보고서를 쓸 줄 알면 250~300 (연구원)

5. 그리고 박사학위가 있고 위의 것은 물론이고 통계분석이나 시뮬레이터를 다룰 줄 알고, 이외 대외 보고 및 관련 대상 보고 등을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급여를 받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연구위원)


그러고 보니 나는 4단계와 5단계 사이인 듯싶었다. 기업인들이나 교수들 앞에서 보고는 많이 해봤지만 정부 관련 관료들 앞에서는 보고해 본 경험은 몇 안되기 때문이다.


몇 년간 한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은 그에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대우는 능력에 대한 대우이지 학교 때처럼 개근에 대한 대우는 아니다. 흔히 연구원들을 대하다 보면 자신의 발전은 뒤로 한 채 자신이 이 조직에서 얼마나 있었는지를 내세우면서 연봉 조정과 그에 합당한 대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수년 동안 했던 일만 반복해서 해왔다면 숙련에 대한 발전은 있겠으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능력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에서 일을 하면서 대부분은 자신의 임금이 자신의 실력에 준해서 받는다고 믿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실력이 없음에도 학위를 받았다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욱이 외부에서 보기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모두들 당연히 한글과 엑셀, 그리고 파워포인트, 각종 분석 프로그램 등을 다 할 줄 알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전부 다를 잘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리고 기능적인 측면의 능력을 가지고 그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보고서 작성과 대외 보고 및 토론에서의 능력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 일 것이다. 하지만 주요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연구원들 가운데 정작 실질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체 자리값을 받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떨어진 연구과제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거의 절반 이상을 외주 용역을 맡겨서 연구과제를 처리하는 사람들을 가끔씩 보게 되는 데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용역을 맡다 보면 자신이 전혀 못하는 분석법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용역을 맡기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판단을 하지만 자기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짜깁기 식의 연구는 아니라고 본다.


일을 하다 보면 자리를 잡게 되고 자리를 잡게 되면 조금은 편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데,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에게 돌아가게 된다. 조직에게 돌아간다는 말은 연구결과의 질이 떨어지는 것만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을 구성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같이 일을 하면서 누구는 쉽게 가려하고 누구는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구조가 만연 해지는 구조가 되어버릴 수 있다. 윗선에서는 좋은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당연히 좋은 결과를 내놓을 사람에게 일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전체적으로 조직에게 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조직 내 구성원 간의 모럴해저드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능력을 쌓아가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조직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조직의 주인이 되라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서 책임을 다하고 능히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먼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계속해서 새로운 능력을 찾아서 연구를 해야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연구원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특히 사회 문제는 사회의 변화와 구성의 변화에 따라 더 다양한 해결책이 요구되기 때문에 시대에 맞게, 트렌드에 맞게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은 쉼 없이 변해가는데 여전히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면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한 채 늘 같은 답만 몇십 년째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분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엄청난 일을 맡을 경우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분수도 모른 채 자신이 다할 것처럼 일을 받아 놓고 나중에 해결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이면 개인은 물론, 조직 전체의 위기로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위치와 사회적 지위를 믿고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여 고액의 과제를 수령했지만 정작 용역을 맡긴 원청의 요구나 결과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용역을 맡긴 조직은 용역을 받은 조직에게 일종의 클레임을 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조직 간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더욱이 이런 경우는 소문으로 확산되기 쉽기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 타 기관으로부터의 용역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심할 경우 조직 자체가 저성장곡선을 겪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원에서 일을 하는 연구원들을 보면 자신이 잘하는 방법만 사용하여 연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틀린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분석법이나 연구법이 정통인 것처럼 내세우는 경우이다. 연구원은 연구를 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도 눈을 떠야 하고 자신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들보다 빨리 습득해서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연구원 관련 조직에서 박사학위자를 뽑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의외로 자신이 하고 있는 분석법이 최고이자 최신 방법인 것처럼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인 마냥 고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하며 남들이 다 인정하는 방법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박사학위를 조직에서 뽑은 이유는 어떤 문제든 간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 뽑았다는 사실이다.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가장 먼저 가지게 되는 능력은 지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고 다소 간의 경험(논문 게재 등)을 통해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응용력이다. 그래서 연구원에서 박사학위자를 뽑으려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끊임 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학위를 어디까지 받았는데, 지금 연구원에 가서 얼마를 벌 수 있겠냐가 아니라

내가 이것저것을 할 줄 알고, 이런저런 경험이 있는데, 연구원에 가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를 물어봐야 할 것이라 본다. 그래서 연구 관련 조직은 이력서와 학위증명서, 성적증명서, 그리고 연구실적물을 요구한다. 더불어 면접 때는 연구발표를 실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작업기억능력을 키워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