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딸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걷고 싶었다.
이왕에 외출하는 김에 인근 도서관에 가서 요즘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재봉에 대한 책도 빌리고, 인근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아침이다.
잘 사용하지 않는 시계도 차고, 블루투스 이어폰도 목에 두르고, 보조 배터리도 준비했다.
큰 에코 가방 하나 둘러메고 딸아이 유치원으로 향했다.
얼마 전 공사했던 돌계단이 정비되어 있었고, 돌 사이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잠자리가 날아다닌다.
동네 주변 공터에 심어 놓은 작물들은 가을처럼 익어가고 있고,
나무들도 물이 들기 시작한다.
신호등을 건너며 하얀색을 밟아야 하다면 깡충깡충 뛰는 딸아이가 귀엽기만 하다.
다양한 색들로 변하는 가을 모습처럼 아이의 질문도 가을이 되니 알록달록하다.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서 너무 행복해요"라며 웃으며 말한다.
오늘 산행에 간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트레이닝 복장 하나에도 신경을 꽤나 썼던 딸, 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너무나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았는지 딱 세 번 뒤돌아보며 아빠에게 인사한다. 보통은 대여섯 번은 기본인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을과 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공원들은 가을로 염색 중에 있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 옷에서도 가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찡그린 여름 얼굴 대신 편안한 가을 얼굴이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어떤 책들이 도착했는지를 한참을 서서 살펴보고 재봉 관련 책을 빌려서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 발견한 맛 좋은 커피를 내려주는 곳을 방문했다.
도서관에서 좀 오래 있었을까? 이제 10시인데 카페 안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창가에 자리가 비어 있어서 자리를 잡고 커피를 기다렸다.
어떤 이는 공부를 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심각한 이야기를,
어떤 이들은 수다를,
어떤 이들은 모임을 가지고 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자신들만의 세미나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저 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기다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밖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바라보니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평상시 같으면 생각도 하지 않을 소소한 것들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혼자서 실소까지 한다.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덕분에 멍했던 시간은 지나고,
커피도 바닥을 보여 최대한 조용히 카페를 나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햇살은 조금 더 강해졌고,
집에 가기 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움직여 본다.
집까지 이어지는 길에 만나는 건널목은 총 5개,
5개의 건널목을 지날 때마다 쑥스럽지만 아침에 딸아이처럼 흰색만 밟아가며 지난다.
다시 돌계단을 오르며 다시 메뚜기와 잠자리를 만나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꽃들을 살핀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뒤돌아 본 우리 마을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