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재봉틀을 구입하여 사용한 지 2주째 되는 날이다.
벌써 기본적으로 따라 왔던 바늘은 모두 저세상으로 보내고 새로운 바늘을 구입해서 쓰고 있다.
재봉틀을 사서 처음엔 마음대로 되지 않아 2일 정도를 모셔두고 있었다. 새 바늘이 도착하고 이제 마음껏 바늘을 작살내 보자는 생각에 다시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다.
재봉을 통해서 느낀 점은 내가 너무 성질이 급했다는 것과 최대한 신중하게 천천히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일처럼.
그동안 엄마 옷을 리폼해서 아이 옷도 만들어 보고, 아이 옷을 잘라서 가방이라 컵슬리브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부직포를 구입해서 이런저런 지갑도 만들어 보면서 재봉틀의 특징을 알아가고 나의 태도도 변화시켜 이제는 어느 정도 재봉을 돌리는 정도로 만들었다.
그래도 가끔씩 본성에 취중 하다 보면 또 하나의 바늘은 저세상으로 간다.
며칠 전 다이소에서 커다란 식탁보를 5천 원을 주고 구입했다.
일단 천이라서 뭐라도 연습하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원래는 책을 보고 딸아이 팬츠를 하나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급선회하여 쉬운 것부터 하자 생각하여 딸아이의 몸 치수를 제고 나는 과감하게 초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단을 자르고 이어 붙이기를 하니 원피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딸아이가 너무~~~ 잘 먹어서인지 품이 작아서 과감하게 중간을 자랐다. 대신 길게 직사각형으로 원단을 잘라서 중간 부분을 커버할 수 있도록 했다. 만들고 나니 부족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깨 부분도 부자연스럽고, 아직 자수도 들어가지 않고 액세서리도 넣지 않은 미완성이다. 그러고 보니 딸아이의 긴 머리가 어깨를 감춰줘서 더욱더 그럴싸하게 보인다.
딸이 오늘 굳이 이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가겠다 하여 입혀 보았다. 마침 비가 와서 밖에 뛰어 돌아다니지 않을 것 같아서 허락했다. 막상 입혀 보니 그럴싸하다. 재봉틀을 돌려본 것도 이제 겨우 2주째 되는 날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처럼 안감을 못 만들었는데도 딸아이가 좋다고 하니 힘이 난다.
조만간 딸아이 이니셜로 자수를 만들고 중간 원단 맨 아래에 추가하면 좀 더 그럴싸해 보이려나?
윗부분에 포인트를 줘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만들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옷을 만들 때는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옷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옷을 재단하여 가재봉할 때는 옷을 뒤집어서 모델? 에게 입혀보고 손바느질로 표시하면서 정확한 치수를 제어야 한다는 것과 원래 입힐 대상의 치수보다는 좀 더 넉넉하게 자르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안감의 중요성인데, 아직 안감을 적용할 실력이 되지 않지만, 안감이 옷 안의 지저분한 것들을 감춰주고 또한 거칠 거리는 이질감을 막아준다는 사실이다.
조급할 건 없지만 그래도 남들처럼 옷을 잘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쁜 원단을 구입하여 아내와 딸아이에게 선물할 옷을 만들어 보는 것을 꿈꿔본다.
선물로 조끼가 좋을 것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