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Nov 12. 2019

깍두기 고민

제목이 좀 그런가? 어쨌든 나는 가끔씩 직접 깍두기를 직접 만들어서 먹는다. 

특히 딸아이가 시원한 깍두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나머지 나는 무를 잘라 네모 반듯하게 각을 잡을 때가 많다. 

그런데 깍두기를 담글 때마다 고민이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을 바로 양념인데... 건강하게 만들까? 맛있게 만들까?이다. 


건강하게 만들려면 내 실력으로 맛이 덜한 편이다. 그렇다고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맛있게 만들려면 은근히 소금과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서 몸에 이롭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늘 고민한다. 


이번엔 딸도 그렇고 아내도 깍두기가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맛있는 방법 쪽으로 깍두기를 담기로 했다. 

깍두기를 저릴 때 남들처럼 굵은소금을 뿌린다.  그런데 짠 음식에 대해 조심성이 많은 나는 주로 물로 씻어버리는데 이번에는 툴툴 터는 정도로 소금을 물로 씻지 않았다. 거기에 새우젓을 넣고 멸치 육수와 멸치 액젓, 설탕, 그리고 마늘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식당에서 먹는 맛을 내기 위해서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멸치다시다와 소고기 다시다를 추가했다. 

처음 맛은 강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익어가면 밖에서 먹는 그 맛이 난다. 

그리고 딸과 아내는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마치 죄지은 마냥 마음이 불편하다. 왜냐면 짜게 만들었고 조미료를 넣었다는 생각에... 


양이 많아 보였던 깍두기도 5일이 지나니 바닥을 보이고 있다. 

오늘도 큰 무를 하나 구입했는데,,, 이것도 맛있는 방법으로 담가야겠지? 

자주도 아니고 집에서 가끔씩 먹는데 괜찮겠지?

짠 거 많이 먹어서 어디 아픈 건 아니겠지? 


어제 깍두기 돼지고기찌개를 만들어 먹었는데, 다음 날 아내가 일어나서 웃으면서 말한다. 

"맛있었는데 조금 짰던지 혀가 말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ㅋㅋㅋㅋ"


평상시 집에서 짜게 먹지 않았던 터라 좀 과했던 모양이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까? 맛있게 만들어야 할까? 건강하면 맛있게 하는 방법은 없나? 

아무래도 시간은 걸려도 조미료 대신, 밴댕이와 건새우, 그리고 멸치와 다시마, 파뿌리를 넣어 직접 육수를 만드는 것이 해답일 듯싶다. 


에고, 오늘도 집안 냄새는 육수로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한 주의 시작 월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