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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24. 2019

워킹맘, 육아대디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를 보았다. 여성 참가자 두 명이 자신을 소개할 때, 유독 자신이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맨 서두에 두고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대통령에게 워킹맘의 고충을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 자신이 워킹맘이라는 것을 명시한 것이라 본다.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힘들게 일도 하며 가정일을 하는 사회적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는 여성이라는 뜻이 하나일 것이고, 나는 일을 하는 여성이라는 자신의 능력을 대변하는 뜻이 다른 하나일 것이라 본다. 


어쨌든 갑작스럽게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단어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는 시니컬하게 글을 쓰고 싶었지만, 이번 내용은 각자의 삶의 행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글 내용이 심리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 다소 보편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일단 글을 작성한 필자로서 먼저 언급하자면 워킹맘이나 육아대디에 대해 폄하하고자 쓴 글은 아니라는 점을 밝힌다. 




이미 내 주위에는 워킹맘과 육아대디가 많이 존재한다. 특히 젊은 나이일수록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유독 워킹맘과 육아대디라는 단어를 유행처럼 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다소 비약적이지만, 어떤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어서 그런 단어를 앞에 내세워서 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위킹맘의 경우, 내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남이 나의 입장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과 한편으로는 워킹맘이라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현대 여성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여 스스로의 자존감을 가지려는 바람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집안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생각을 말한다. 즉, 남이 나를 바라볼  때, 내가 워킹맘이라는 사실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일종의 "심리적 보상"을 원한다고나 할까? 

그리고 육아대디는 워킹맘이 가지는 의미와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남성이 육아를 한다는 부정적 시선에서 탈피하고자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 본다. 사회에서 일도 열심히 하지만, 집에 와서는 아내를 대신해서 육아를 하는 멋진 아빠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이 또한 "심리적 보상"이 아닐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경험 때문이다. 

나도 육아대디라는 칭호를 사용하면서 남자로서 사회에서 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어필하고 싶었고, 동시에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임으로써 그들과 남다른 모습에서 일종의 쾌락을 누렸기 때문이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자 셀프디스일까? 다른 단어로 치장해서 글을 쓰려했지만, 정확하게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노골적으로 작성해 보았다. 


어쨌든 남에게 나 자신의 모습과 상태를 인지시키려는 데 사람들이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단어들이 최근 들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위킹맘을 하고, 육아대디를 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이미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굳이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단어의 사용이 두드러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워킹맘이나 육아대디라는 단어가 일반적일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오랜 역사를 거쳐서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가부장적 시스템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남자는 일을 해야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육아해야 한다는 식의 가장 전통적?이고 관례적인 의식과 형태가 아직까지 많은 가정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사회는 이전보다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부장적인 시스템에 적응하여 살아왔던 기성세대가 현시대의 젊은 세대와 맞물려 있다 보니 늘 지지 부지하게 지속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출현되는 것이라 사료된다.


상상을 해 보자. 

누구나 워킹맘을 하고 있고, 북유럽의 일부 선진국처럼 누구나 육아대디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떨까? 그래도 워킹맘이나 육아대디라는 단어가 지금처럼 유행되어 사용될까? 아마도 내 생각엔 여전히 단어는 존재하겠지만, 대화를 시작할 때 서두에 굳이 워킹망, 육아대디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집안일에서 얻는 보람보다 사회생활(직장)에서 얻는 보람이 매우 크다고 말한 바 있다. 금전적인 요인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우선은 아이의 육아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울며 보채는 아이를 두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직장으로 향하는 엄마이지만, 그래도 금전적 요인과 사회생활에서 얻어지는 자신을 증명하는 행위가 더 나은 유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만일 일을 해서 벌어들이는 돈이 자신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 생각하면 결국 육아보다는 자신의 개인적 사회생활(직장생활)이 자신에게 있어서 효용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일보다 육아에 대해 보람이 큰 여성이 있다면 집안일을 통해서 더 큰 효용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인생에서 처음 엄마가 된 여성은 예행연습 없이 처음 해 보는 리스크가 큰 육아보다는 이미 해 보았고 익숙한 사회생활이 더욱더 친숙하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다면,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고통의 연장선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리라 본다. 


남성은 의외로 가부장적인 시스템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아내 대신에 집안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가능한 한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본다). 특히 집안이 원래 가부장적인 분위기였다면 아무리 젊은 20대라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남성이 좀 더 편안한 위치에 놓일 수 있는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를 참고하더라도 손쉽게 유추할 수가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그리고 생식기를 거쳐서 고착되는 일개인이 가지는 생활 속의 고착 현상을 살펴보면 모두 어렸을 때 부모의 역할이 지배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정이 가부장적인 분위기였다면 아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가부장적인 시스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말로는 결혼하면 이상적으로 가정일도 함께하고 육아대디를 할 것처럼 말을 하지만 정작 아이가 태어나고 집안일을 이전보다 많이 관여하는 순간부터 잦은 부부싸움이나 회피, 오히려 자신의 아버지 모습(가부장적 분위기)을 닮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은 방금 전 언급했던 가부장적 분위기가 주는 편안함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말 적극적으로 집안일도 돕고, 아내 대신에 육아를 도맡아 하는 진정한 육아대디들도 많이 늘어난 편이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육아대디를 한다고 하면 남자들 사이에서 "남자 구실을 못하는 인간"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자랑거리가 될 만큼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육아대디가 워킹맘과 다른 것은 시대가 변할수록 육아대디의 선택은 남성의 자유 선택 범주에 놓여 있으며, 남성의 육아대디 선택은 일종에 배려심 많은 남성과 멋진 아빠로 표상된다는 점이다. 반면에 여성의 워킹맘은 여성의 선택 범주에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선택이 때론 매정한 여성으로 표상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모습을 지켜볼 때, 워킹맘이 가지는 고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그나마 자유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이 멋진 것으로 표상되는 육아대디 역할이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크게 보자면, 평생을 살면서 남성, 여성의 일을 구분하지 않고 서로가 함께 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면 좀 더 편안한 삶을 살지 않을까? 


남성은 여성의 힘듦을 이해하고 같이 도와주고, 여성은 부족해 보이는 남성의 노력을 좀 더 인내하며 응원해 준다면 가장 최상의 호흡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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