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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Dec 07. 2019

감기, 눈병, 그리고 수두

아빠는 감기에, 아내는 눈병, 그리고 딸은 수두에,

이번 주말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며칠 전 체온조절을 잘못했던 나는 목감기와 코감기로 몽롱한 상태고,

아내는 지금 다니는 연구원 내부 이사로 인해 피곤해서인지 눈병이 났고,

딸아이는 어쩌다 수두에 걸렸다.

어쨌든 우리 집은 병원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나와 아내의 병에 대한 원인은 분명한데 딸아이는 분명치가 않다.

같은 유치원에서 얻은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면 아마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키즈카페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집에 들어오면 최대한 바로 손을 씻기고 더러운 옷은 갈아입게 하고 가글까지 시킬 정도로 청결에 유지했는데, 병원균 침투는 어쩔 수 없는 일인 듯싶다. 심지어 수두 예방접종을 모두 했음에도 수두에 걸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좀 더 쉽게 지나갈 수 있다고는 하는데 아이 몸에 난 수두를 볼 때마다 마치 내가 잘못 관리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어제 유치원을 마치고 피부과에 들렸다가 약국에서 약을 받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 지역 보건소에서 전화 연락이 왔다. 요지는 격리 조치해야 한다는 이유였는데, 전화를 받고 나니 솔직히 기분은 썩 좋지 않았으나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전화를 끊은 후, 유치원 담임선생에게 전화하여 딸아이의 상태를 알려 주었다.

어쨌든 약 5일간은 집에서 지내야 하는 딸아이는 내 속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한다. 그러고 보니 피아노 학원도 자연스럽게 쉬게 되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즐거운 모양이다.


그런데 감기까지 와 버린 나는 이 모습이 달갑지만은 않다. 안쓰러운 것은 안쓰러운 것이고, 내가 죽겠으니 은근히 예민해졌다. 일단 최대한 쉴 수 있는 시간이면 음식을 준비하거나 빨래를 널 때, 그리고 쓰레기 버리러 갈 시간을 제외하고, 그냥 바닥과 친구 하며 하루를 보냈다. 주사까지 맞았는데도 여전히 컨디션은 최악이다

.

갑자기 옛날 생각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감기에 걸렸을 때 모습이...

그러고 보면 감기에 걸렸어도 새벽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아침이 끝나면 설거지에 청소와 빨래,

오후에는 감기에 걸렸어도 저녁 준비를 위해서 시장을 돌아다니셨던 게 떠 올랐다.

그러고 보면 주부들이 감기에 걸리면 생각보다 잘 낫지 않던데 아마도 쉬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감기가 오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는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누군가는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하는데 이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집안일이 감기가 찾아오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는 말은 주부라면 당연히 이해하는 말일 것이다. 나도 주부생활을 해 보지만 늘 손에는 물이 함께한다.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가 핸드크림을 찾게 되었다.


수두에 걸린 딸은 여전히 온몸이 간지럽다고 투덜거린다.

눈병에 걸린 아내도 동반된 두통으로 조금 예민해졌다.

그리고 목에서 코로 옮겨진 감기 때문에 나는 몽롱한 상태다.


내일은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머지 두 환자를 케어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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