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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27. 2019

학습이 중요하다는 흔적

요즘 시간을 두고 아이의 유치가 흔들거린다. 오늘은 윗니가 심하게 흔들려서 치과엘 데리고 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가 고르게 배치되려면 흔들리는 옆 유치도 함께 뽑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딸아이는 하나만 뽑을 줄 알았는데, 옆에 있는 이까지 뽑힐 줄은 몰랐다. 그래서 약간 긴장을 했었다. 

게다가 아직 덜 흔들렸던 유치는 뽑는데 조금 아팠던 모양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잘 버텨 주었다. 

소독솜을 입에 물고 있는 동안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난, 이전에 아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아이에게 말을 해 주었다. 


"와 이제 점점 초등학생 언니가 되어가네.... 많이 아프지? 그래도 미리 뽑아두면 이가 예쁘게 자라는 거 알지? 

   


그 말에 아이는 이로 솜을 물고 입을 벌려 웃어준다. 속으로는 피 때문에 걱정이었지만 나도 그 미소에 영향받아 미소를 지어주었다. 

처음 이를 발치했을 때, 앞으로 예쁜 언니가 되기 위한 것이라 말을 해 두었던 것이 학습이 되어 그렇게 믿고 있었다. 사실 진실이기도 하고... 


대신 병원을 나와서 유치원으로 가는 동안 친구들이 자신을 놀리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하고 있었다. 

아빠 오늘은 웃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냥 가만히 있을래요. 
왜? 
위에 이까 없으니까 이상해요. 
그래? 나는 귀엽고 여전히 우리 딸이 이쁜데.
아마 어떤 아이들은 놀리는 아이들도 있겠지?
그런데 그거 아니? 그 아이들도 너처럼 언젠가는 이를 뽑아야 해.
그런 아이들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직 잘 모르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신경이 쓰였던지 유치원에 들어가는 딸아이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하원 시간이 되어 다시 딸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재잘재잘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상하다고 놀리는 아이들보다 귀엽다고 말해 준 친구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하긴 같은 반에도 윗니를 뽑은 친구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었는데 친구들로부터 좋은 관심을 받아서인지 기분 좋은 딸아이를 보며 안도했다. 

그래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놀리는 아이가 많았는지를 물어보았는데, 몇 명 되지 않았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딸아이였다. 그러고 보면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아이일지라도 수적으로 또는 양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 몇 안 되는 나쁜 평가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이 모습에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앞으로 수많은 비판과 비평을 들으며 살아갈 텐데. 지금 그렇게 자신의 평가에 대해 조금은 여유를 두고 판단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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