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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19. 2019

딸은 아빠와 달랐다.

날이 쌀쌀해지고 해가 빨리 져서 덕분에 딸아이는 밖에서 놀다 조금 일찍 들어온다.

한 달 전부터 피아노 학원엘 다녀오면 자기가 먹을 과자와 물을 챙기고, 킥보드를 타고 휑하니 나가버린다.

아빠 다녀올게요.


아파트 안에 있는 키즈카페와 놀이터에서 주로 놀지만, 그래도 늘 불안했었는데, 이제 생활이 되어 버렸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큰 트러블 없이 잘 놀았으면 좋겠는데 라는 맘뿐이다.

하루는 어떻게 노나 싶어서 몰래 숨어서 살펴봤다.


자기가 싸가져 간 과자를 아이들과 놔눠 먹으면서 친하게 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커다란 봉지 과자를 하나  가져가면 말끔하게 처리하고 들어 오던데 이 때문이 듯싶었다. 집에서 과자를 먹으면 반드시 1/3은 남기는 버릇이 있는데 놀면서 먹는 과자는 좀 부족해 보인다.


한참을 바라보니 나의 옛날 생각이 떠 올랐다.

어딘가 많이 익숙한 모습인데, 나도 어렸을 때 먹을 것이 있으면 들고나가서 아이들과 나눠 먹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DNA에 그런 것까지 숨겨져 있었나?


어느 학자가 자신의 행동 습관이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말이 틀림이 없어 보였다.


혼자 커서 늘 걱정이지만, 저렇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다행인 듯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매일같이 놀러 갈 때마다 먹을 것을 싸가져 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친하게 어울리지 못할까 봐서다.


그렇게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한 30분 뒤에 딸아이가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난 과자를 나눠 먹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을 말했다.


저도 그 친구들한테 얻어먹어서 같이 나눠 먹는 거예요


어떤 답을 바랐을까?

오히려 내 머릿속에 담겨 있던 답이 부끄러웠다. 내 머릿속의 답은 "같이 안 놀아줘서요"였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아서 과자를 자주 나눠 먹었었다.

반면, 딸아이는 나보다는 더 현명하게 친구를 사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대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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