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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05. 2019

이부자리

요 며칠 전부터 딸아이가 아빠 이부자리를 깔아준다. 신기하게도.. 해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저런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빠 이불 깔았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어? 어~ 어~ 고마워 딸... 딸도 잘 자...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지난주에 처음으로 내가 잘 이부자리를 깔아주고는 엄마 방으로 들어가는 딸을 보며 처음 내가 보인 반응이다.
아기 엄마가 시켰나? 왜 저러지?
그런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이부자리를 깔아 준다.
하루는 물어봤다.

딸, 왜 아빠 이부자리 깔아줘?
아빠, 따뜻하게 자라고요. 왜요? 싫으세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전에는 이부자리 깔지 않았잖아.
그냥 해드리고 싶어서요.
어? 그래 고마워.                                                                                                       


그렇게 며칠을 지나서 또 물어봤다.

딸, 나중에 커서도 아빠 이부자리 깔아줄 거야?
모르겠어요.
그럼 혹시 지금 해주고 나중에 안 해줄 거야?
(단호하게) 네,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왜?

모르겠어요.
그래? 어쨌든 이부자리 깔아줘서 고마워 내 딸.
네.

                                                                                               

아마도 내가 조금 짓궂은 질문을 했나 싶다.
아이는 그저 아빠 생각해서 이부자리를 깔아줬을 뿐인데 거기에 이유를 알고 싶어 하는 내가 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사춘기가 오고 어른이 되면 지금과 같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딸 가진 아빠 노릇을 한 셈이다.


그저 지금 이부자리 깔아줄 때, 열심히 감사하며 받는 게 상책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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