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Dec 18. 2019

지도교수보다 더 지도교수 같은 분에 대해

나에겐 아직까지도 짐으로 남아 있는 경험이 한 가지 있다. 

지도교수보다 더욱더 지도교수 같았던 분이 계셨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그분을 기망한 것처럼 되어 더 이상 친해질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는 분이 계신다. 


때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였다. 학위 준비를 위해서 다니던 연구원을 그만두고 기존에 연구하던 기계 언어 쪽을 포기하고 새로운 인간공학 쪽 분야를 접근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지도교수에게 의논하여 다른 교수님을 공동지도교수로 모시고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었다. 

여기서 나의 실수는 공동지도교수 선정에 대해 제대로 물어보지 않고 급한 마음에 다른 교수님을 찾아가서 공동지도교수로 모시고 싶다고 말을 하고 본격적인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추후 알아보니 처음 지도교수 선정할 때 공동지도교수 선정이 가능한데 그 이후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늦게 알았다. 어쩌면 그분에 입장에서는 내가 마치 속여서 자신을 이용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당시에 그 문제를 잘 알아보지 못한 것은 잘못이나 그 교수님을 기망하려는 의도로 속인 것은 절대 아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부 성인이고, 다른 시야에서 보자면 일종에 사기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정말 이분과 함께 학계에 머물며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배울게 많았으며, 지도력에 대해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 사건이 있기 전에는 그분과의 치열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분이 본부에서 직책을 맡고 계실 때, 나는 내 논문을 위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그분보다 미리 본부 사무실에 도착하여 연구지도를 받으려고 했었다. 매일같이 매일같이 지겹도록.... 

하시는 일이 너무 힘드셨기에 내가 매우 귀찮았음에도 모든 것을 받아주셨다. 한동안 오지 말라는 의미로 다량의 숙제를 내주셨지만, 나는 밤을 새워가며 해법을 찾아서 어김없이 그분 출근 전에 사무실 앞에서 그분을 기다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빚쟁이도 그런 빚쟁이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결국, 그 모습에 나는 그분의 연구실 한 자리를 잠시 동안이나 빌릴 수 있었고 나름 성공적으로 논문 관련 실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실험이 끝날 무렵 이제 논문 심사를 받아야 하는 과정에서 공동지도교수 선정이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되었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었기에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이 정도 일이라면 도중에 논문을 포기하고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리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더욱더 독하게 나갔던 것 같다. 나를 욕해도 못 들은 척, 나를 폄하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분이 실망했다 해도 속으로 제가 다 안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지냈었다. 그리고 결국 내가 바라던 학위를 취득했었다. 그래서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교수를 속여가며 학위를 받은 제 1호 사람이라는 칭호도 얻은 바 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나에 대해 실망은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을 져 주신 분이 그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더 잘 나가서 그분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은데, 지금은 허울 좋은 가정주부로 살다 보니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그분을 도울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함께하고 싶은 지도교수보다 더 지도교수 같은 분이시다. 


학위논문 안에 지도교수가 표기된 부분에 그분의 성함이 없어서 볼 때마다 지난 잘못에 대해 되뇌게 된다. 

있어야 할 분의 성함이 없다 것 자체가 아마도 내 평생에 짐이 될 것이라 본다. 그만큼 그분과 함께 호흡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량인쇄출판: 만수출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