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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an 28. 2020

김윤달 에세이, 마흔여덟

한 동안 글이 쉽게  써지지가 않았다. 

설 이전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를 다 날려 버렸다. 

외장하드에 저장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남아 있는 자료는 거의 일부분...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탓인지 매일 쓰던 글 대신에 다른 일을 했었다. 가장 아까운 것은 그동안 써 내려간 동화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 오늘, 지인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는데, 자기 사무실로 김윤달 작가가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글을 본격적으로 남들에게 보이게 된 계기가 바로 김윤달 작가 덕분이다. 

그는 노동자다. 그것도 막노동을 하는 노동자이다. 

1페이지에서부터 339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적혀 있는 그만의 에세이를 접했을 때 너무나 독특하고, 그리고 친숙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만수 출판사 실장님과 함께 작가 김윤달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부산에서 울산으로 출간된 책을 배달하러 갈 때, 출판사 실장님과 함께 동행하여 그를 만났다. 

마침 그는 일터에서 퇴근하여 샤워를 하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첫인상이 많이 피곤해 보였던 그였다. 

만나서 술을 한 잔 하면서 그 만의 인생을 듣게 되었고 정말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그가 대단했던 것은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는 점이었다. 

그의 환경에 비해서 내 모습은 말뿐인 게으름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고 난 뒤로부터 나는 글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거의 휴면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어 브런치 활동을 하면서 졸필이지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김윤달 작가가 출판사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서랍장에 있던 그의 에세이를 꺼내 들었다. 

여전히 그의 글은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고, 한편으로는 헛웃음이 나오고, 그리고 한편으로 여운이 감돈다. 아마도 연령 대가 비슷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나는 만으로 그가 글을 썼던 나이가 되었다. 


김윤달 작가에게 글은 무엇이었을까? 

처음 접했을 때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적어 놓은 재미있는 글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그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저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울부짖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리고 그 말을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기에 글로써라도 표현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제 김윤달 작가는 나이가 50이 되었다. 

나도 2년 뒤에는 50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 만났을 때, 유독 눈에 들어왔던 그의 손은 절대 글을 쓰는 손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 손이 글을 썼고, 지금의 김윤달 작가로 남아 있다. 아마도 아직도 틈틈이 글을 쓰지 않을까 싶다. 


그냥 그렇게 틈틈이....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글을 쓴다는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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