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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Feb 26. 2020

독박육아에 대해서

오늘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실시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팀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면서 동시에 독박육아를 하면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말 속에 내비치는 "독박육아"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람들이 매우 경계하고 있으며, 불편해 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쩌면 상황이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육아에 대해서 편향적이고 불편한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박육아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독박육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키움에 있어서 많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만큼 나의 생활은 반비례적으로 부족함에 늘 불만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육아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진 않았다. 아이는 엄마나 아빠, 그리고 둘 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케어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아빠, 엄마도 자신들의 아빠, 엄마로부터 육아를 받아서 커온 것이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틀릴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독박육아라는 말을 사용할까? 

의외로 답은 독박육아라 부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 

즉, 자신의 이익에 배반되기 때문에 독박이라는 부정적 어휘가 첨가된 것이라 본다. 달리 말하자면, 세상에 해야할 것들이 많은데, 우회로 말하면,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그것을 포기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싫다는 뜻도 된다. 


일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들을 한다.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이다. 편한 온라인 세상은 더 많은 업무과중이라는 선물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고통 속 만족"이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힘든 일을 할지라도 그 속에서 처리하는 과정과 성과를 통해 얻어지는 만족감 때문에, 실제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일을 마치고 나에게 주어질 것들로 인해 스스로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흔히 우리는 이것을 자신의 성장과도 비유하고, 때론 경험을 통한 성취라고도 표현하며 스스로가 기뻐한다. 이미 문화적으로 그런 모습은 매우 당연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외로 이러한 고통 속 만족은 마약과 같은 효과를 지녔기 때문에 두어번 일에 몰두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체화된 본능에 의해 그 만족감의 맛을 잘 알기 때문에 또 다시 복잡하고 힘든 일에 뛰어든다. 입으로는 "아~ 또 해야해?,아 미치겠네"하면서도 이미 몸은 그 어렵다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사적으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버는 모습이며, 공적으로 조명되면 책임감을 넘어서 사명감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얻어지는 만족감은 매우 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육아는, 

유독 육아가 천시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육아를 하는 주부를 폄하하는 말,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전업주부를 하는 사람들을 무능력하게 보는 사람들... 

입으로는 가정을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힘이 필요할 때는 일을 앞세워서 늘 뒤에 숨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 말은 아무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힘이 들어도, 그래도 일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뜻도 된다. 그도 당연한 것이 이미 익숙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터에서 하루에 12시간을 일할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할 때 한숨 돌릴 시간을 가지지만, 12시간 아이를 돌볼 때는 어린 나이일수록 한숨 돌릴 시간이 부족한 법이다. 아이를 돌볼 때는 앉아 있어도 늘 눈과 귀, 그리고 몸은 아이를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아빠와 아이가 놀다가 아이가 사고난 경우가 있는데 구체적인 사정을 아빠에게 물어보면 놀다가 다쳤다고 말들을 하지만, 사실 거의 모든 사고는 일순간의 부주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가장 흔한 예로써 아이 혼자 놀게하고 아빠는 스마트폰 보고 있을 때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아빠는 잠시였겠지만, 아이에 대한 무관심은 의외로 오랜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아이가 어딜 올라가서 잘못 발을 헛딛는 그 순간은 1~2초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피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다행이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독박육아를 해야 한다는 말은 솔직히 매우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일을 하고 있겠지만, 그리고 회사는 성과위주로 사람을 평가해서 한 순간도 편할 수는 없겠지만, 육아에 대해 너무나 편향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육아에 대해서 매우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여겨졌다. 


아마도 그렇게 독박육아라 표현해야만 자신이 놀고 있지 않으며, 가정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까?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받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부모가 아이를 믿어줌으로써 온전히 안정된 상황에서 아이가 경험을 학습하고 자란다. 

그리고 사랑으로 때론 꾸중으로 아껴줌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여물어지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그 인정을 토대로 또 다른 경험을 시도하고 배움으로써 성장하는 법이다. 


그러니 모처럼 재택근무를 통해서 아이를 함께 돌보는 거라면 함께하는 동안 아이를 믿어주고, 아껴주고, 그리고 인정해 주면 어떨가 생각해 본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말은 독박육아라지만, 기존에 엄마들이 한 것처럼 그렇게 "독박육아"는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오늘 기사 글이 이렇게 실렸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건강이 중요하죠. 
그리고 덕분에 잠시나마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와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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