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시행한 5부제 마스크 공적 판매.
오늘 나의 순서가 되어 해당 약국을 찾았다. 100매만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지만, 아침부터 사람들 줄은 매우 길었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긴 행렬에 가담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9시 10분, 9시부터 판매한다고 했는데...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9시 50분쯤 되니 내 앞에 열 명 전에서 판매가 마감되었다.
내 앞의 10명과 내 뒤로 기다리던 40여 명의 사람들은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100명이라고는 적혀는 있었지만 외부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안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사가 미리 언질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그도 엇보다. 100명의 소진 시점을 빨리 알았더라면 굳이 많은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정부의 지시대로 따르고는 있으나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가득했다.
약사는 약사대로 억울하다. 자기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화가 난다. 종료 시점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리고 100매 한정은 어쩔 수 없다고는 보지만, 5부제 시행으로 길거리 위에서 버리는 시간 때문에...
우선 5부제 시행은 매우 합리적이고 우수한 시스템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좀 더 세심하게 생각을 했더라면 길 위에서 40분가량의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그리고 약국을 정부가 선정한 것은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내 눈에는 결과적으로 더 불편한 꼴로 보였다. 모든 약국이 아침 9시에 판매하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겪어보니 마스크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하는 셈이다. 더욱이 대리 구매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가정은 사실상 구매하지 말라는 소리와도 같다.
나는 이번에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거라 보지만 너무나 피상적으로 접근했다고 본다. 나의 소견은 이러하다.
5부제는 매우 좋다.
그러나 판매 장소를 동사무소에서 일괄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본다. 공무원들이 바쁘다면 주민 자치적으로 통장이나 반장이 나서서 판매를 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혹여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통장과 반장들이 자기 것들을 빼돌릴 수 있다고,,, 그러니 적어도 각 동사무소에 한 명씩 감시감독을 하면 능히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막을 수 있으리라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수에 한계를 두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각 마을별 생일자를 데이터화하여 소팅해서 그 소팅된 수량만큼 준비해 둔다면 충분히 모든 주민들에게 능히 배부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물론 국내외 출장자나 현재 당장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지만, 남는 여분이 있다면 오히려 잘 된 것이 아닌가. 요즘 공무원들 중에 엑셀을 다루지 못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던가? 누구나 하는 엑셀의 소팅 작업을 미리 했더라면 조금은 원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참에 이런 소팅 작업을 통해서 배부했더라면 실거주자 파악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아마도 정부는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약국을 선정한 것에 대해서 최선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말 못 할 사정도 있으리라 본다. 예를 든다면, 국민들의 불만과 요구를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하지만, 물량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5부제를 통해서 조율했다고 본다. 그리고 5부제를 시행하는 동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들에게 마스크 공급을 적극 했다고 말할 수 있고 동시에 진정 국면으로 들면서 좀 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라 봤을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의 지지도도 함께 고려했을 것이다.
게다가 동사무소와 같은 공기관에서 직접 판매하지 않음으로 여러 소음을 더 줄일 수 있을 거라 봤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은 운이 좋은 면 1시간 안에 구매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2시간을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 심지어 정확한 판매처와 판매시간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구매 시간은 더 늘어난다. 판매처와 판매시간에 대한 정보를 국민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런데 내 앞에 10명 전에 마스크 판매가 종료가 되니 일제히 정부를 욕하고 있었다.
심지어 약사들도 우리에게 불평하지 말고 관련 기관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거기에다가 불만을 토로하라고 말하며 소비자와 같은 시점으로 정부를 욕하고 있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하여 시행 지침을 내려놓고, 결론적으로는 소비자와 약사들 간의 분쟁으로 유야무야 넘기게 되는 꼴이 되었다. 정말 아쉽다. 얼마 전 드라이브스루로 확진자 검진을 한다는 소식에 우수한 시스템을 지녔다고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 마스크 5부제 시행은 잘 모르겠다. 만일 이번 5부제도 정부에서 우수했다고 판단한다면 과연 어디를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가 궁금할 것 같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이번 주 중에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