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관광도시로 유명한 이유는 당연히 자연이 제공한 관광지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내륙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용암지대의 숲을 걷는 것은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 곶자왈의 산책은 정말 이색적이었고, 산책하는 내내 힐링이 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꽤나 오래 기억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쇠소깍, 섭지코지... 모두가 아름다운 자연의 볼거리들이었다.
반면, 기업이 투자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만든 것들도 여럿이 있었다. 오설록티뮤지엄에서 항공우주박물관, 이외에도 정말 많은 볼거리들이 많았다.
이들 중에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로 오설록티뮤지엄이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혹여라도 마케팅이나 소비자 행동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곳 오설록티뮤지엄을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만일 제주도에 갈 일이 있다면 말이다.
내가 알기로도 보성, 하동 녹차보다 질적으로 낮았던 오설록이 기술혁신을 거쳐서 지금은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을 것이다. 실제 뮤지엄을 방문하고 그 이유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얼마 전 제주도에 오기 전에 하동을 잠시 들린 바 있다.
하동과 제주도를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브랜드 가치 형성에 있었다.
하동은 하동 지명을 배후로 브랜드 가치를 두고 있었으나 제주도의 오설록은 다른 지역과 달리 지명을 배후로 삼지 않고 오설록이라는 명칭으로 제주도 녹차의 질적 우수성을 끌어올렸다. 더욱이 제품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녹차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을 잠재고객으로 보고 만든 그 많은 제품에서 시장의 가능성을 더욱더 넓혔다고 본다.
철저한 제품의 차별화
보성은 계단식으로 녹차를 키운다. 하동은 밭에서 녹차를 키운다.
보성의 녹차나무는 사람의 허리 아래 또는 허리까지 오는 정도로 마치 정원에서 키우는 나무처럼 생겼다.
하동의 녹차나무는 둥글둥글하고 나무 크기가 낮다.
하지만 제주도의 오설록은 밭에서 키우지만 기계로 다듬어서 깍두기 모양으로 녹차밭을 바둑판처럼 키운다.
녹차를 만드는데 이런 차별화가 중요할까 싶지만, 제품 생산 이전에 보이는 차별성이 일종에 시그쳐 역할을 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각 지역마다 심지어 샤또마다 나무를 관리하고 재배하는 것에도 차별화를 두는 경우가 있다.
집단 내 커뮤니케이션과 집단 간 커뮤니케이션
무엇보다 오설록은 다양한 상품 개발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었으며, 그 상품을 체험한 사람들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오설록 차보다는 오설록티뮤지엄을 전달하게 만들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은 오설록티뮤지엄이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고, 뇌리 속에 오설록이라는 녹차 상품이 자리 잡게 된다.
또한 뮤지엄에 판매하는 다양한 음료 개발은 새로운 상품 개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오설록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특히 이런 제품을 맛본 얼리어답터들이 호평 또는 혹평을 하게 되고 이를 접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잠재고객으로 자리 잡게 되는 법이다.
폰 레스토프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
그리고 내가 본 오설록티뮤지엄의 재밌는 마케팅이 하나를 발견했다.
진짜 뱀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뮤지엄에서 이니스프리 체험관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 몇 개의 푯말을 볼 수 있는데, 거기에 이런 문구가 있다.
뱀 조심
우스워보였지만, 뱀 조심이라는 단어의 역할이 매우 크다.
적어도 오설록티뮤지엄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뱀 조심 푯말은 다 알 것이다.
즉, 오설록티뮤지엄에 대한 기억을 "뱀 조심"이라는 푯말의 문구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오설록티뮤지엄과 오설록을 남게 만든 것이다. 이런 효과를 일명 폰 레스토프 효과라 말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반영되어 머릿속에 오래 남게 하는 효과를 말하는데, 뱀 조심이라는 푯말은 그러한 폰 레스토프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셈이다.
적어도 뱀 조심이라는 푯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먼저, 자연친화적이다라는 이미지를 재미있게 심어준다.
다음으로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걷는 길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보도록 유도하여 조심스럽게 걷도록 하였다. 적어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폰 레스토프 효과를 반영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뱀 조심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자연스럽게 오설록티뮤지엄이 생각이 난다.
구체화된 고객 타케팅과 체험을 통한 몰입과 관여도 증대
이니스프리라는 상품을 판매하며 이와 관련한 체험상품을 경험할 수 있다. 내륙에서도 흔하디 흔한 마케팅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그 흔한 것을 왜 이야기하려 할까? 게다가 체험비가 절대 저렴하지도 않은 편이다.
이곳 이니스프리 체험시설은 단순히 관광객이라는 초점에서 확장하여 다양한 관광객을 골고루 염두에 둔 흔적이 보였다.
제주도는 의외로 연인과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많다. 이유는 내륙처럼 쉽게 오갈 수 없는 특성 때문에, 다시 말해서 마음먹고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점을 고려할 때 오설록티뮤지엄에 있는 이니스프리 체험매장은 철저한 가족단위와 연인 단위의 관광객을 공략한 것으로 보였다.
공짜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스탬프 체험이 있었고 그 뒤로 비누를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있었다. 그 공방은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탁자들이 준비되어 있고, 아이보다 아이를 데려온 엄마들이 더 좋아할 법한 인테리어로 치장되어 있었다.
내가 본 단계는 이러하다.
1. 어린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체험으로 스탬프를 찍어서 바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2. 스탬프를 대충 찍어도 그럴싸하게 예쁜 엽서가 만들어진다.
3.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4. 좋아진 기분으로 바로 뒤를 돌아보게 되면 아이는 저것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엄마 나 저거 하고 싶어"라고 말하게 된다.
5. 엄마는 2만 원이라는 돈을 내고 아이에게 체험을 시킨다. 게다가 친환경 제품이라니 더욱더 안심이니, 아이에게는 체험의 기쁨을 주고, 이참에 착한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다.
6. 그리고 약간은 가격 면에서 씁쓸한 뒤끝은 남지만 아이가 좋다고 하니, 좋은 추억으로 간직된다. 게다가 제주도에 왔으니 이 정도는 하겠지라며 다소 비싼 가격에 대해 이해심을 발휘한다.
그 짧은 과정 속에 이미 타당성과 당위성이 모두 숨겨져 있다.
대기업이라서 그럴까?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오설록티뮤지엄이 가진 마케팅의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필자야 이런저런 잡다한 지식으로 이런 것들을 분석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좋은 추억의 하나쯤으로 여기며 스쳐 지났을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이웃들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오설록티뮤지엄 괜찮더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전달이 되어 사람들에게 이어지고....
오설록티뮤지엄... 여긴 정말 잘 만들어진 마케팅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