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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17. 2020

오프라인 선생님, 온라인 선생님

오래간만에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이리저리 바쁜 핑계로 글만 생각하고 글적이지 못했다.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 언급할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학습이 진행 중인 현재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학교 등교를 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사람들이 말이 많아졌다. 

사실 그럴 것이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집안에서 아이를 신경 쓰는 부모들의 입장이 힘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 중 한 명이 늘 집에 상주하고 있다면 모를까 늘 아이가 집에 있다는 것은 전에 해보지 않았던 교육을 직접 관리하게 됨으로써 적잖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문제,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아이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중요하리라 본다.

그래도 무엇보다 아이가 집에 머물면서 생기는 부모의 불편함?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일 것이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읽은 내용인데... 이런 말을 한 유저들이 있었다. 


"코로나 덕에 선생들만 살판났군" 


"학교 선생들이  꿀보직이네" 

라는 식의 비꼼의 말들을 볼 수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리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왜냐면 골치 아픈 학생들을 관리하지 않아서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앞선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히려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생의 입장에서 고려하면 현 상황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 자체가 근본적으로 틀리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측면을 고려할 때,,, 시험을 칠 요량으로 수업을 들을 것이라 생각하면 솔직히 인강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올바른 사회성에 대한 교육과 의사결정에 대한 숙련을 고려한다면 인강은 사실상 불충분하다. 대면 수업에서 호흡하고 상대의 표정, 발화, 그리고 주변의 호응과 반감 등을 통해서 제대로 된 자신의 의사 표명에서 의사결정,,,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배척, 반감 등을 골고루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교육을 진학과 취직으로 연계시키다 보니 학교 교육에 대한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학 또는 취직이 우선이든 간에 지금의 노동 가용인구 모두가 학교 수업(대면 수업)을 통해서 그만큼 경험을 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사회생활을 크게 생각하지 않거나 사회 구성 없이 혼자서 오지에 살 거라면 크게 상관은 없다. 


선생님의 입장에서 현 상황은 매우 불편하다. 학생들을 보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여전히 업무는 진행형이고, 온라인 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며, 심지어 학생들의 인성에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로 오프라인 교육보다 두 세 배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솔직히 난 이런 측면에서 늘 걱정이 많은 편이다. 

이제 초등학교 8살이 되는 딸아이는 지금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지내고 있다. 

그나마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서 또래 아이들과 재밌게 놀고는 있지만, 부모와 또 다른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선생님과의 교류가 전무해서 고민이다. 


다음 주부터 내 딸아이도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출석을 하고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를 풀어가며 한 학기를 보낼 예정인데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 입장에서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나 또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봤던 입장이라서 잘 알지만, 선생 입장에서도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의 차이는 매우 크다. 실제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이해를 잘하지 못할 때 한 명이라도 이해시키려고 쉬운 사례를 소개하며 설명하려 들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는 그런 상호 작용이 없다 보니 그냥 그대로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사례를 든다고 해도 어떤 피교육자에게 적당한 사례인지를 알 수 없으니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준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며, 솔직히 교육하는 것에 대한 보람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대학에서 소비자행동론을 가르친 적이 있다. 한 이론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특히 소비자행동론과 같은 소비자 입장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쉽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기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배려심을 가진 상황을 이해하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소비자 행동론에 대한 온라인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나 싶어서 인강을 구해서 들은 적이 있다. 솔직히 실망이었다. 원론서 중심의 강의가 전부였는데, 사례의 경우 시간적 요소가 매우 짙게 갈리는 법인데, 현시점이 아닌 이전의 시점에서 사례를 설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실 대면교육일 경우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가장 최근 이슈나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을 정리해서 교육을 하는 것에 비해 많이 부족함이 있어 보였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온라인 교육은 대면 수업처럼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직접적인 피드백은 역시나 부족하리라 본다. 

그나마 나는 대학 수업이라서 그뿐이지만 초중고 선생님의 경우, 학생들의 인성과 생활 모두를 하나하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건 차원이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인성은 상호작용에서 그 결과를 유추할 수 있고, 학생의 생활 또한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이 그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대화가 중요한 이유는 다 잘 알 것이다. 

대화가 대화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화 속에는 상대의 어투, 발화 방법, 얼굴 표정, 시선처럼, 손동작, 몸동작 하나하나가 함께한다. 이것들을 온라인으로 판단하기란 과연 쉬운 일일까? 사람이 로봇처럼 생각이 시스템적이고 단편적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해가 지는 노을을 보고 어떤 이는 아름답다. 어떤 이는 짜증 난다. 심지어 어떤 이는 종말을 논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온라인 교육이 모두 감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 선생님들이 편해 보일지 몰라도,,, 좀 더 들여다보면 학교 선생님이 내 자식의 직접적인 인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쉽게 볼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학교 선생님들이 더 크게 고민하고 있다. 


의외로 아이를 맡기는 부모는 학교가 아이의 성적을 올려주는 곳이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성적보다 개인 인성의 발전과 아이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학교라는 점을 알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자신은 학교 덕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학교 수업 없이 혼자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지금처럼 살고 있을까?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적어도 우리나라가 문맹률이 매우 낮은 나라라는 사실만으로도
교육이 나 자신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온라인 교육은 대안일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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