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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02. 2020

뇌피셜, 개 오지다

오늘 내가 올린 글에 "뇌피셜" "개오지다"라는 말이 달렸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솔직히 뇌피셜은 처음 듣는 말이기도 했는데... 찾아보니 뇌피셜이란 뇌 + Official의 합성어로 뇌에서만 공식적이다라는 의미이며,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처럼 말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한다. 

마침 이런 댓글이 달린 글의 제목은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소고"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소고라는 의미는 다 알 것이다. 

체계를 세우지 않은 단편적인 고찰이라는 뜻도 있고, 조금 생각하다는 의미도 있으며, 자기의 생각을 낮추어 말할 때 쓰는 단어이다. 

그러니 댓글을 단 사람의 언급한 "뇌피셜"이라는 말은 딱 맞는 말인 셈이다. 

나는 소고를 했을 뿐이지 논문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 8할 이상은 모두 자신의 생각을 쓰기 때문에 전부 뇌피셜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그 댓글을 단 사람은 글을 사랑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폄하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말은 대상에 대해 정확하고 명료하고 정갈하게 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개 오지다. 이 말은 지나가는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가끔은 나만큼 나이 먹은 사람도 트렌디함이 중요했던지 "개 오지다"와 같이 무조건 "개"를 붙여가며 말을 하는 사람도 봤다.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때는 의미를 정확히 몰라서 불쾌한 적도 많았다. 

한 번은 딸아이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어떤 남학생 둘이서 우리를 지나가면서 "와~ 쟤 완전히 개쩐다"라며 지나간 적이 있었다. 나는 학생들을 불러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고, 속사포처럼 그 말에 대해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요지는 자기들 눈에 내 딸이 많이 예뻐 보였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와 너무 이쁘다"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일단 나는 "개"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왜 하필 개라는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게 되었을까?

개이득과 같이 "개"가 크다 많다 매우로 쓰이게 된 것은 어느 한 BJ가 방송을 하면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우리나라 문화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이다. 심지어 그 말을 모르거나 하지 않으면 기성세대 취급을 받기까지 한다. 최근에 나이가 많으신 70대 노인분들도 "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걸 봤다. 


신생어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중적인 뉘앙스를 가지는 신생어는 조금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뉘앙스가 이중적이면 이는 비속어나 은어와 같다고 본다. 방금 전 언급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와 같이 같은 말에 대해 사용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의견차가 있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서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이자, 자신의 얼굴이며,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를 크게 반영한다. 특히 어떤 연구에 따르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도덕적 또는 비도덕적으로 인성이 바뀐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선행연구는 수없이 많으며, 다시 말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언어 사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 목록은 평상시 관심이 있어서 읽어 본 논문들로 언어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임상수(2014). 인터넷 통신언어 예절의 교육방향 모색 -국어교육과 도덕교육의 관점 비교를 중심으로이윤지(2012), 청소년의 비속어 사용 현상 연구
변혜원(2011). 청소년들의 언어사용 : 중학생 언어행동의 주요 특성과 변이
박덕유(2008). 국어학 : 사회언어학적(社會言語學的) 관점에서 본 대학생(大學生)의 의식변화 고찰 -은어(隱語)와 속어(俗語)를 중심으로
변윤언(2004). 청소년의 의사소통 양상에 나타난 청소년 언어문화 특성에 관한 연구
이시훈(2004), 인터넷 통신언어의 사용 현황과 인식에 관한 연구
조동욱, 이현경(2003), 인터넷 상에서 쓰이는 통신 언어에 대한 분석 및 문제점 해결 방안
김상윤(2002). 욕설의 특질에 관한 연구
박갑수(2002). 청소년의 언어 행태와 그 개선 방안. 
오새내(2002). 한국어 여성비속어의 분류와 특성
김신일 외(1992). 청소년 문화론


그리고 더 염려가 되는 것은 신생어의 탄생과 사용은 다소 일시적일 수 있지만, 사용한 사람들이 이루는 문화는 다소 오래 흔적이 남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은 10대이고 자유롭게 감정을 분출하고 싶은 마음에 자유라는 개념을 기저에 깔고 무분별하게 거친 말을 쏟아낸 아이들이 20대가 되고, 30대가 되고, 그리고 40대 이상 기성세대가 될 때 어떨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신생어가 국어사전에 정식적으로 올리기 전에 많이들 사장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빈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가치성이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


내가 염려하고 있는 것은 언어 사용은 습관을 이루며 자신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개인 삶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직업군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직업군의 특성이 반영된다. 달리 말해서 (지금 내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말하고 글을 쓰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의 양태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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