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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May 22. 2020

2차 산업과 3차 산업은 틀리다.

나는 사업을 해 본 사람은 아니다. 그저 학교에서 일을 했으며, 가장 최근까지 대학원생들을 지도했던 일이 다다. 그런 내가 요즘은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실과 학문의 차이를 직접 느끼며 살고 있다. 

어쩌면 의무감 없이 아는 지식을 세 치 혀로 내 뱉고 살았던 때가 가장 손쉬운 삶이 아니었을까한느 자문을 해 본다. 


현재, 전업주부로 살면서 일이 있을 때, 또는 사람들과 만날 일이 있으면 간혹 시간을 내어 미팅 자리를 가지곤 한다. 마음 같아서는 자주 모임 자리를 가지고 소통했으면 하지만, 딸아이 온라인 교육과 해도 해도 표가 나지 않는 집 안일 덕에 쉽게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내 주위에는 나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들보다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돈도 많은 것도 아니며,,, 자기들보다 더 나은 점은 전혀 없음에도 심심찮게 나에게 관심을 지대하게 두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요즘 관광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려한다는 것을 알고 아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는 약 40 여분 동안 일장 연설을 들었다.

( 하긴 한 동안 여행과 관련한 홍보 및 마케팅을 블로그를 통해서 정말 많이 했었는데,,,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지인들이라면 내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


평상시 나를 생각해서 그런다지만, 솔직히 나를 위하는 충고는 그럴싸한 미명일 뿐, 대부분 자기 생각을 장시간 늘어 놓는 게 전부인 사람이다. 나는 그의 말에 토를 달거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냥 모든 것을 들어 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 모든 것을 들어주지 않고, 나의 속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은 상황이 정리되어 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요점은 왜 그렇게 지지부지하게 준비하는가였다. 

계획을 세웠으면 바로 진행하고 시행하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나의 상황을 잠시 설명해 주었더니 바로 하는 말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래서 나는 간소하게 답을 했다. 


나의 기회가 아니라면 아니겠지요 라고... 


나에게 전화한 지인은 현재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사이다. 나이가 나보다 4 살 더 많은 사람으로 은근히 나에 대한 간섭이 많은 편이다. 평상시엔 가끔씩 전화로 인사만 하고 지내는 사이이지만, 어떤 계기가 되어 말이 시작되면 마치 나의 친형처럼 이래라 저래라 하기 시작한다. 솔직히 나보다 10살이 많은 나의 친형도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는 이번에 나의 일에 대해 궁금해 했었고, 잠시 언급을 했더니 그 일에 대해 충고를 하고 싶었던지 장시간의 통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원래라면 나는 그의 말을 그냥 들어 주는 입장이지만, 그와의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이번에는 그의 지적이 잘못되었다고 되레 지적하고 말았다. 


그의 대화 속에서 반복되는 어구가 하나 있었다. 

"서비스업은 내가 잘 모르겠지만, 비지니스는 다 똑 같은거 아닌가? "라며 말을 시작하고, 대화하는 동안 여러번 언급했다. 즉, 그의 의도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제조업 측면에서 바라보려 했는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단 자금줄이 생기면 일단 세팅부터하고 다음에 수요자를 찾는 식으로 또는 수요자가 있음을 확인했으면 무조건 만들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의중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는 식의 그의 주장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유사했다면 2차 산업하면서 3차 산업을 쉽게 하지 않았을까요? "라고, 

그리고, "그렇게 잘 아시면 직접 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냐"고 다소 당돌하게 말을 했었다. 

덧붙여서 "2차와 3차는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는 하나, 수요자 대상이 틀리다"라고 말하며, "왜 유독 3차 산업인 서비스업과 관련하여 마케팅 이론과 실무가 발달했을까요?"라며 조금은 재수없게, 마치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치듯, 반문하였다. 


2차 산업의 수요자 대상은 대기업 또는 다른 기업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바로 수요자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있다해도 주로 생필품이나 가전제품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3차 산업의 수요자 대상은 기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주로 일개 개인이라는 점이다. 좀더 넓게 보자면 기업과 개인이 같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이는 기업의 규모와 기업의 안목이 클 때 해당될 뿐 매 순간 매출에 신경쓰는 작은 기업의 경우 결코 동일시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물론, 지금하려는 일에 대해 좀 더 규모를 키워서 시작하기를 바랬다면 나 또한 바로 모든 것을 세팅하고 사업장을 키워서 추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권한은 내가 가지는 것이 아닌 만큼 그저 생각만 할 뿐이다. 

잘나가는 유명한 마케팅사를 섭외하고 네이버 포털 광고팀을 연계하여 홍보한다면, 그리고 언론사 몇 군데를 찔러서 이슈를 탄다면 분명 효과는 볼 것이다. 이처럼 쉽게 가려면 돈이 필요 한데, 지금 그렇게 단조롭게 생각할 입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실제로 서비스업 분야를 지켜볼 때, 큰 대기업이 아니고서 자그마한 서비스업체들은 잠시 광고할 때 수익이 생기다가 금세 사그라드는 것을 많이 지켜볼 수 있다. 이런 면을 볼 때, 인지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결코 돈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돈을 쓴만큼 인지도를 얻게 되겠지만, 그 인지도가 소비자를 충성고객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장담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부었더라도 그 돈의 힘이 다하면 금세 사람들로부터 하여금 잊혀지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언젠가 돈을 사용하여 좀 더 크게 발전시킬 시점이 도래할 것이라 본다. 말 그대로 투자의 시점이 올 것이다. 일명  티핑 포인트가 있을 것인데,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심지어 늦어도 상관 없다. 남들이 하고 난 후, 후발대로 움직여도 충분히 전복이 가능한 것이 서비스업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나와 전화 통화를 했던 분은 늘 나보고,,, 책만 보고 무슨 일을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분이다. 실무와 학문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 분의 말이 틀리지는 않다고 본다. 게다가 오히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무진의 판단과 예측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학문을 한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일종의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실무진의 판단을 좀 더 면밀하게 다듬을 수 있다고 본다. 


달리말해서, 

적어도 학문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실무진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거만함을 다듬을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실무진은 학문을 한 사람의 오만한 생각들을 다듬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상호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분명 2차 산업은 3차 산업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타켓팅 대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투자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비용인 만큼 투자에 있어서도 제조업과 달리, 좀 더 용의주도하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는 그저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속 시원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배보다 배꼽이 크지 않을 때
남들이 바라는 시원하게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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