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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May 13. 2020

나는 그대들과 다른 종자입니다.

새벽에 눈을 뜨고 아침을 준비하려고 오늘도 이불과 약간 타협하다 결국 알람 소리에 일어난다.

전화기를 보니 SNS에 문자가 와 있었다.


"전업 주부 할만하신가요? 행복하세요?"라는 문자다.


아는 지인 분으로부터 온 문자인데,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침을 준비하면서부터 아침에 딸아이 온라인 교육시키고 점심 먹이고, 피아노 학원 데려다주고, 다시 데려오고, 시장 보고 와서 딸아이는 아파트 놀이터로 나가서 놀고, 혼자서 글을 쓰고, 다시 저녁을 준비해서 아이와 함께 먹고 지금 이렇게 밤을 준비하는 시간인데도 여전히 그 질문이 남는다.


"전업 주부 할만하신가요? 행복하세요?"


아마도 문자를 보낸 이는 안부차 물어본 말일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어 내가 내놓은 답은 "네 그럼요 할만합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이다.

남성이 전업 주부를 하면 어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은 늘 가지고 있지만, 오래전 개인적인 경험과 삶에 비해서 지금은 할만하고 행복한 인생이 틀림없다.


이런 답이 나오기까지 나는 왜 하루 종일 고민했을까?


의외로 답은 단순한데, 뭔가 멋진 말을 내놓고 싶었을까? 아니면, 정말 행복한지 나 스스로 점검을 했던 것일까? 뜻밖의 질문에 하루 종일 고민한 모습 헛웃음이 나온다.


아마도 질문을 남겨 놓은 사람의 의도를 너무 깊게 생각한 것이라 본다.

보통은 저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은 나를 걱정함과 동시에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런 나의 생활을 상상도 해 본 적이 없거니와 남자는 일을 해야 하고 여자는 집안 일도 하고 능력이 되면 바깥 일도 해야 한다는 주의이다. 여자에게 일을 하게 허락해 주는 것도 여성을 크게 배려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에게는 나는 섞일 수 없는 종자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아 그리고 댓글은 달지 않았다. 웬지 그게 좋을 것 같아서...

아마도 이 글을 읽고 답을 찾을 것이라 본다. 자기 말로는 자주 본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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