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Dec 08. 2021

쩝쩝 거리는 소리

식사 예절의 중요성

아침을 먹으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쩝쩝"거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쩝쩝.... 먹을 때 나는 소리인데, 요즘 회사에서 식사할 때마다 쩝쩝거리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약간 신경이 쓰이던 모양이다. 


일종의 병적 증상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쩝쩝 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원인을 두어 "미소포니아"라는 과민증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미소포니아는 특정 소리가 나 자신을 미치게 만들 때 느끼는 고통을 말하는데 "쩝쩝" 거리는 소리가 그런 청각적 고통일 수 있겠지만, 좀 더 달리 생각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을 하지 않을 뿐이지 대부분 쩝쩝거리는 소리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쩝쩝 거리는 문제는 "식사예절교육"에 대한 부족함 때문이라 말해 두고 싶다. 






먹는 것에 대한 교육은 보통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에 완성이 된다. 그 이유는 상대를 인식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시점이라서 이때 식사 예절이 매우 중요하다. 

식사는 인생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며, 실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많은 상대와의 자리를 식사자리에서 이루곤 한다. 식사를 하면서 상대를 인식하며 계산적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식사하는 동안 상대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과의 동질감 또는 이질감을 선별하여 상대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의 생활이 중시되는 요즘은 이러한 쩝쩝거리는 소리가 식사 예절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정용진 회장의 식사 예절에 대한 6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를 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언급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먹을 때 소리 내서 먹지 말기.

2. 입안의 음식 보이지 않게 먹기. 

3. 식사 가져다주실 때나 정리해 주실 때 "감사합니다"하기

4. 다리 떨지 않기.

5. 어른들이 얘기할 때 끼어들지 않기 

6. 말씀이 다 끝난 다음에 "저 얘기해도 될까요" 말하기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가부장적이다, 꼰대다 등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단적이 있다. 

하지만 위의 6가지 예절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려"라는 소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1. 먹을 때 소리 내서 먹지 말기. (남이 싫어할 수 있으니 배려하는 행위)

2. 입안의 음식 보이지 않게 먹기. (남이 싫어할 수 있고, 먹다가 흘릴 수 있으니 치우는 사람을 위한 배려)

3. 식사 가져다주실 때나 정리해 주실 때 "감사합니다"하기 (상대의 친절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배려)

4. 다리 떨지 않기. (주의가 산만해져서 제2의 사고가 유발될 수 있으니 이를 예방하는 배려)

5. 어른들이 얘기할 때 끼어들지 않기. (중요한 대화가 오갈 수 있으니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 배려)

6. 말씀이 다 끝난 다음에 "저 애기해도 될까요" 말하기. (인내심과 차분함을 보여주는 행위이며 상대를 배려하는 예절) 


이 처럼 정용진 부회장이 언급했다는 식사예절 6가지는 해서 나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식사 예절을 통해서 배운 배려심이 그대로 반영되어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려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훌륭한 무기라는 것에 있다. 


먹을 때 소리를 내서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입안에 음식을 보이면서 먹다가 흘리다 보면 청결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서빙을 하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 대신에 너무 당연하다는 식의 표현은 상대를 하대하는 제스처와 같기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을 수 있다. 

식사 도중 자기 편한 대로 상대의 대화에 끼거나 게다가 무례하다면 대화하던 사람들은 불쾌해 할 수 있다






식사 예절은 순종이나 복종을 시키기 위한 예절이 아니다. 

결국에는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돋보이는 행위에 가깝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끄럽지만 쩝쩝거리는 것에 대한 개인적 에피소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 또한 음식을 먹을 때 유난히도 쩝쩝거리며 먹었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실제 살면서 음식 먹을 때 쩝쩝거린다고 질타를 받았거나 특별한 훈육을 받은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맛있으면 맛있게 먹는 것이 최고의 모습이라 믿었다. 흔히 게걸스럽게 먹는.... 


아직도 혼자서 밥을 먹거나 맛있는 것을 정신없이 먹을 때 가끔씩 쩝쩝거릴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이 흠칫 놀래서 다시 조용히 먹기 시작하는데, 이처럼 식사예절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쩝쩝거렸다. 


결정적으로 쩝쩝거리는 습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경험이 있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도 교수님과 점심이나 저녁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루는 점심으로 면을 먹기 위해서 인근 식당을 찾았고 배가 고팠던 나는 늘 하던 대로 맛나게 흡입했었다. 그때 지도교수님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크게 작용한 적이 있었다. 


"먹을 때 소리 내서 먹지 않도록 주의해라" 


처음에는 너무나 속상했다. 먹는 것까지 터치하나 싶어서... 

한동안 속상한 마음에 회식 참석이 어려웠고, 참석을 하더라도 지도교수님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늘 신경 쓰였던지 언제부터인지 나의 식사 모습은 전보다 차분해졌고, 소리를 최대한 적게 내며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충격이 컸지만 나름 효과적이었을까?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다시 회식자리를 가지며 함께 식사를 하는데, 지도교수님이 한 말씀하셨다. 


"요즘 조용히 먹는구나. 마음에 든다."


지도교수님이 좋다고 하니 나름 응어리졌던 마음이 많이 달래 졌고, 그리고 전과 달리 얌전하게 식사하는 모습에 나 스스로가 신기해했었다. 사실 식사 예절에 대한 지적을 받고서 혼자서 참으로 많이 생각했었다. 대학 도서관에 가서 식사 예절에 대한 책도 찾아볼 정도였으니... 

여러 권의 식사 예절에 관한 책에서 한결같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었다. 식사예절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나는 지도교수님의 한 마디를 시작으로 책을 통해서 재교육하게 되었고, 여전히 가끔은 정신을 놓고 게걸스럽게 먹지만, 그래도 식사할 때마다 나 자신을 의식하면서 먹는다. 특히 대외 활동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식사예절에 관한 책에서 본 내용 중에 이런 내용도 있다. 

서양식에서 가르치는 브르주아 식사 예절에서 보여주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예절 방법이 적혀 있었다. 

오래된 책이라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내용은 이러하다. 


"음식을 자를 때 평상시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절반 사이즈로 잘라서 먹어야 한다." 

"먹다가 음식을 떨어지지 않게 양을 조절해서 먹는다."

"할 이야기가 있다면, 음식을 모두 섭취하고 난 뒤에 물이나 와인으로 소리 없이 입안을 비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냅킨으로 입술을 가볍게 닦은 후에 말한다." 

"테이블에 팔꿈치를 놓지 않아야 한다."

"포크나 나이프가 떨어졌다면 줍지 않는다."

"식사 도중에 불필요한 이동이나 큰 행동을 삼간다." 







이 글을 써가며 말하고 싶은 것은 식사 예절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사할 때 쩝쩝거리는 습관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버릇이다.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쩝쩝거림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거나 아예 의도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쩝쩝거림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 자체를 문제점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고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의도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쩝쩝거린다는 지적을 받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 되며, 이는 쩝쩝거림이 상대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사 시간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나를 살리는 수단이며, 그만큼 가장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특히 남과 함께 식사를 한다면 그 중요성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게걸스럽게 쩝쩝거리며 먹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가 대우를 받으려면 먼저 남을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인의 행복을 침해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자신의 행복이 오히려 남의 행복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니까.

별것 아닌 식사 자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식사를 통해서 많은 것이 분별되고 선별되며 재고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중에 하나인 섭식 욕을 자제하며,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과 동일한 가치가 있으리라 본다. 

이리 이야기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차피 짧은 인생, 나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되지 뭘 그렇게까지 생각할까?라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짧은 인생 동안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반문하고 싶다. 

사람은 스스로 뭔가를 이뤄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의외로 남을 통해서 나 자신을 증명하며 그 속에서 만족한 삶을 영위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예절은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먹는 시간 동안의 예절은 더욱더... 


쩝쩝거린다면, 쩝쩝거리지 않게 먹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도 이타심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문제를 의심하고, 고쳐보려는 첫 시도가 가장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로소득과 공짜심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