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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an 22. 2022

말, 그리고 대화

마티아스 맬 교수가 이끄는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말을 많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행복지수를 고려할 때 말이 많은 사람들이 더욱더 행복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하루 중 76.8%를 타인과 함께 보내 행복감이 적은 사람(58.7%)보다 4분의 1 정도 많았다. 또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은 타인과의 대화시간이 하루 중 39.7%를 차지해 행복지수가 낮은 사람(23.2%)보다 비중이 컸다고 한다(Nov 30, 2016). 


살면서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바로 숨을 쉬는 것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숨 쉬는 만큼 들숨과 날숨을 이용해 말이라는 것을 많이 한다. 반면, 글을 쓰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효율성 문제인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가장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은 자신의 생각을 내뱉고 남에게 전달시키는 과정에서 특이한 쾌감과 성취감을 발휘한다. 


말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잘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도 왜 글 쓰는 것보다 말하려는 것에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글로써 생각을 남기는 것에 대해 정확한 방법을 잘 모른다는 이유가 첫 번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역시나 효율적인 면에 대한 것으로 일일이 글로 쓰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것이 시간적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을 쓸 경우, 수많은 규칙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연습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글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세 번째 이유는 소리이다. 즉,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주변 상황을 인식할 때 소리를 통해서 좀 더 확실하게 의미를 해석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말을 할 때, 남에게 전달하는 의도도 있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들어서 좀 더 스스로를 제대로 인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이유들이 존재한다. 



흔히 우리는 대화라고 하는 소통의 한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대화라는 소통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대화가 대화가 아닐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대화라고 하면 서로가 말하고 들어주고 하는 양방향의 소통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주로 대화의 모습을 지켜보면 한쪽에 치중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조직 내 서열 속의 대화는 주로 윗사람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반대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말을 들을 뿐이지 적극 반영한다거나 수용하는 자세가 덜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업무 지시라 보면 적당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가정에서도 지켜볼 수 있다. 주로 밖에서 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대화의 주축이 자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가정의 경우, 역할 분담에 따른 대화 주제가 달라질 때 대화 주체가 달라진다. 직장 일은 가장이 한다면, 교육이나 가정 일은 주로 주부가 주체가 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역할에 따라 충분히 대화가 잘 이루어진다고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이 또한 대화가 아닌 단순 업무보고처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대화를 하려는 데 왜 일방적인 지시형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그 대화에 대해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 도중에 상대가 끼어들 경우 금세 대화가 끊어지거나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또는 심할 경우, 대화가 화근이 되어 다툼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말을 주로 듣는 것을 선택한다. 

우리가 흔히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는 말은 어쩌면 끼어들지 말고 화근이 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면 정보가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상대가 오만스럽기 때문이다. 


말은 자신의 자존감을 확립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우수한 도구다. 
내가 말을 해서 남이 나의 말에 수긍하고 이해하는 모습에서 자신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속에서 자존감을 발휘하여 스스로를 존립시키고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법 중에 아이의 말을 잘 들어줘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자존감을 쉽게 갖추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화란 공평하지 않은 구조가 많다. 

그래도 말을 하면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자존감 확립에 좋은데 좀 더 좋은 대화법은 없을까를 고민해 본다. 

올바른 모습의 대화 방식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발견이 가능하다. 수다를 떨어도 흠이 없는 자신의 친구와의 대화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친한 친구와의 대화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이야기는 둘 만의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다. 또는 그냥 좋으니 평상시 같으면 싫어할 대화 내용도 관심을 가지고 듣는 경우다. 

둘 다 공유하고 좋아하는 관심사이기 때문에 마냥 말해도 좋고, 마냥 들어도 좋은 법이다. 

화장품 이야기, 취미에 대한 이야기, 옷이나 차에 대한 이야기 등 이런 이야기 주제는 서로의 개인 취향에 대해 먼저 인정하고 대화를 시작하기 때문에 분쟁의 거리가 다소 적은 편이다. 오히려 자기 몰랐던 것을 알려주면 정보를 공유해서 더욱더 기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대화의 시작점이 같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쪽만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대화는 이미 그 출발부터 정보를 공유한다기보다는 일방향의 전달력이 강하기 때문에 쌍방이 서로 어느 정도 일부라도 알고 있는 대화거리를 마련해서 대화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어느 정도 일부라는 말을 쓴 이유는 너무 많이 알면, 각자 생각이 다를 경우, 오히려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화의 모습은 한쪽은 배설하듯이 쏟아내고, 또 한쪽은 배설한 것을 주워 담거나 또는 그냥 방치하는 모습을 지녔다. 

그래서 좀 더 유익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꾸준하게 배설했던 한쪽은 쏟아낼 양과 방법을 조절해야 할 것이고, 다른 한쪽은 쏟아내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호기심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공감대, 공유라는 말이 형성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로가 현명하게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법이다. 






가끔은 대화를 할 때 이런 방법도 나름 괜찮을 것이라 본다.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상대를 위하는 센스 있는 신호일 수 있다. 


(발화자 입장)

"너의 훈계나 생각을 들으려는 게 아니야(해결책을 원하는 게 아니야). 그냥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

의외로 사람은 대화를 통해서 문제가 되는 포인트를 발견하면 그것을 교정해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닌 만큼 오히려 쉽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경험을 가져와서 책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서 그것이 마냥 온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매우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냥 들어주길 바라는 사람은 그저 답답함을 배설하고 싶은 욕구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 쏟고 나면, 결국엔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아내는 법이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힘들었겠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라고 위로와 의중을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상대가 

"너라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본다면 그때 가서

"내가 네가 아니라서 많이 틀릴 거야. 틀리더라도 이해 바라"라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가능하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들어줌으로써 스스로 해소하게 끔 내버려 두는 것이 좀 더 관계를 오래 유지시키는 방법이다. 



(수신자 입장)

" 내가 그쪽으로는 문외한이라서 그러는데 조금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이 말은 너의 말을 경청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말이다.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좀 더 쉽게 설명해서 흥분을 가라앉히라는 숨은 메시지도 된다.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스스로 뇌를 움직이기 때문에 사고력을 향상시켜 이성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해를 못 하는 경우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며 서로가 뜻이 통하지 않음을 괴롭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미리 예의?를 표현한다면 오히려 여유를 가지면 대화를 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주로 술좌석에서 싸움이 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첨예한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인데, 둘 다 똑똑하거나 둘 다 멍청한 경우이다. 

나머지 하나는 한쪽이 딴소리하는 경우이다. 배려를 하지 않았거나 잘못 이해할 경우 딴소리할 때를 말한다. 


대화를 통해서 좋은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방금 전 앞에서 말한 두 가지 경우를 반드시 피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대화 자리에서 대화의 주가 될 사람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예의 있는 메시지를 건넨다면 좀 더 부드러운 대화 자리가 될 수 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엄마랑 대화하는 것이다. 
아이가 하는 내용은 이미 엄마가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그리고 만일 아이가 말한 것 중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엄마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난 다음에 아이에게 예를 갖추어(아이가 놀라지 않게) 잘못된 부분을 말해 준다.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엄마가 끝까지 잘 들어줘서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되고, 
그리고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 주었기 때문에 존중받았으므로 엄마의 가르침을 엄마의 모습처럼 신중하게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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