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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18. 2022

남성 주부에 대한 인터뷰 요청

"안녕하세요. 싸나이주부 누구누구신가요?"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 

"아 네 모 방송국의 모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입니다. 섭외 건으로 전화드렸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어떤 내용으로요?"


2년 전 방송 출연 섭외 기회가 무산되고 두 번째 받아본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 

차별에 대한 내용으로 남성 주부에 대한 인터뷰를 요하는 내용으로 평소에 내가 썼던 글을 보고 섭외 문의가 들어온 듯싶었다. 

반가운 전화였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그런 전화였다. 


내가 지금까지 쓴 글이나 생각은 남자가 주부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차이와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차이와 차별이 생겨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었고, 남성으로서 주부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생각을 글로 남겼었다. 하지만, 섭외 전화를 받고 느낀 점은 내 글이 차이와 차별에 집중되어 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내내 조심스러웠다. 


솔직히 말해서 남성 주부라는 것이 단어 때문에 더욱더 차별화되지 않았나 싶다. 


남성 주부라는 용어가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해 보면, 

부부와 자식이라는 구성원이 온전한 가족 형태에서 출발한다. 흔히 아내가 일을 하고, 남편이 육아와 가정살림을 맡는 그런 형태의 가족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아빠에게 육아를 받고, 교육을 받는 가족일 것이다. 

결국, 지금 사회에서 남성 주부가 사회적 약자층 또는 소외층으로 구분하려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남성 주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남성 주부로 살아가는 남성이 많아지고 있고, 그 속에서 그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가정 일들(육아, 살림, 집안 경조사 등)을 실천하는 가운데 생겨나는 불편한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문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성 여성이라는 구분을 하기 전에 원래 가정 주부는 늘 힘겨운 자리였다. 잘해도 당연한 일이고, 잘못하면 모든 핀잔을 들었던 그런 위치가 바로 주부의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저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주가 되어 하는 활동이었던 만큼 남녀 역할에 대한 구분이 관례적으로 선명했던 시기였던 지난날에는 큰 문제로 발전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장 흔한 핀잔으로는, 

아이들의 성적이 낮아지면 남편들이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뭘 했냐?라는 핀잔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핀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부들은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관심을 크게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최근에는 여성주부 또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모 영화에서 보여주었듯이 자유롭게 사회생활을 하며 자기 이상을 추구하며 살다가 가정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속에서 주부로 살아가는 여성 자신이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이 가정적으로, 그리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새로운 문제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즉, 현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도 주부라는 위치가 그리 쉽지 않은 자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에 남성이라는 성별이 추가되어 문제의 강도가 더 커졌으리라 본다. 당연히 남자는 밖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존재라 믿고 살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남자가 집안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괴리적으로 보일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별을 했거나 이혼을 해서 혼자서 아이를 육아하고 살림하며 심지어 일까지 하는 아빠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 많은 수는 아니더래도 이들 또한 남성 주부일 것이다.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남성 주부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아빠들이다. 이미 그들은 남성 주부라는 타이틀로 살기보다는 가족을 온존 하게 보존하며 성장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오히려 가정주부라는 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숙제일 것이라 본다. 이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 수요가 많아지다 보면 당연히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남성 주부의 문제, 여성 주부의 문제보다 주부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더 빠른 문제 해결일 것이라 본다. 세대 간, 성별 간 문제는 경험과 시간을 통해서 타협이라는 해법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이다. 물론 그런 타협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지만, 대부분의 문제의 발단은 개인이 느끼는 부당함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부당함이 해소되면 모두 해결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필자인 나는 세대 간, 성별 간 문제는 사실 괴롭긴 하지만 어떤 태도와 마인드를 갖느냐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상대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거나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성 주부의 차이와 차별에 대한 문제보다는 가정 주부에 대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초점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 측면에서의 차이나 차별은 극복하면 추억일 뿐이다. 문제가 되어야 한다면 많은 남성 주부들이 차이나 차별을 극복하기 힘들어해야 한다. 











가정주부가 힘든 이유는 오롯이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집안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처음 할 때는 힘이 들더라도 그런 일은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힘든 이유는 그 일에 대한 평가가 남들에게 쉽게 노출되고 아무런 필터링 없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정주부라는 타이틀이 존중받지 못하는 데서 문제의 골이 깊어진다. 


열심히 해서 최상의 결과를 내놓았는데, 부정적 평가가 뒤따른다면 당연히 의지가 꺾기게 마련이다. 게다가 나를 평가하는 상대는 직접 할 줄도 모르면서 남들이 해 놓은 것을 비교해 가며 핀잔을 주거나 평가를 하면 더욱더 반감이 생기는 법이다. 이처럼 가정주부가 힘들어하는 것들 중에서 생각보다 심적인 것들이 많이 존재한다. 즉, 문제는 가정 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주부에 대한 문제점을 사회적 문제로 다루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식변화를 위한 일종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 전반으로 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을 해 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앞서는 분위기라면 자연스럽게 가정주부에 대한 문제점들이 감소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사회적으로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많아지면,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과 교류를 통해 그런 인식이 전달되면서 구성원 자체가 자연스럽게 변하기 때문이다. 



남성 주부에 대한 문제는 약간의 다름이 있다. 

남성이 남성을 무시하는 또 다른 반대가 존재한다. 필자도 많이 겪은 바이지만, 일하는 남성(지인)이 가정 일을 하는 남성 주부를 거부한다. 말로는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실패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상대를 인정하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믿어서이다. 

자신은 사회 구성원으로 힘들게 직장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며 살아가는 데, 쉽게 집에서 적당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 인간은 뭔데 저렇게 편하게 사는 거지?"라는 식의 부러움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동시에 저렇게 사는 것에 부러워하면 지금 힘들게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매우 강하게 부정하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만 자신이 조금이나마 우세를 느끼기 때문이며 경우에 따라 그것을 통해 삶의 의지를 갖추기 때문이다. 


요즘 남성 주부를 하는 젊은 층은 그런 경우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50세인 나의 경우는 나보다 우세에 있고자 하는 성실한 사회 구성원들인 가장들의 가르침을 참으로 많이 받으며 지냈다. 


개인적으로 그런 가르침에 주눅이 들기 싫어서 부단히도 많은 일을 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는 늘 나 자신은 열세였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입지가 고착화되면서 얻어지는 당연한 결과라 여긴다.  



오늘 뜻밖의 전화를 받아서 설렘과 조심스러움이 함께 하여 

모처럼 가정주부, 남성 주부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 보지만, 


문제는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인정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나부터,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사회적으로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하고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정에는 주부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부에 대해서 이미 감사해하고,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주부들에 대해서는 감사는 둘째 치고라도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게다가 같은 주부끼리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가정주부, 남성 주부라는 타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나 위에 남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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