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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19. 2022

남성 주부는 여성이 생각하는 만큼 완벽할 수 없다.

그래도 노력이라는 걸 한다.

남성 전업주부로 살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이 있다면 가정에는 여성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일, 남성이 여성이었다면, 여성이 남성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은 태어나면서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남성성이라는 특징을 타고 태어난다. 사냥과 전투에 유리한 조건을 타고난 남자, 아이들을 지켜봐도 남자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대부분 뛰어다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 남자라는 것.

반면 여성은 사냥보다는 수집이나 채집을 하고, 전투보다는 아이를 낳고 집을 지키는 일에 유리한 조건을 가졌었다. 적어도 남성보다는 섬세한 여성의 손길이 가정에서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삶의 환경에 따라 남녀의 특징이 일부 변화하는 경우도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시간으로 굳어진 인류학적 특징 속에서 살아왔던 인류는 문명의 발달과 문화의 성장으로 인해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였고,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 그 경계선이 불분명해졌다.


그런데 집안일을 하다 보면 분명한 것은 남자 여자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가정 주부 영역은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많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시장에 나온 가정 제품을 보더라도 여성 소비자 중심의 제품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찻 잔을 하나 사더라도 여성인 아내의 취향을 더 존중한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있음에도 쉽게 주장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을 보며 찻 잔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일종의 원망을 듣기 싫어서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아내가 웃으면 집안이 편해서다.


실제 부엌살림을 구성하더라도 여성들은 색과 모양을 맞춘다. 일종의 취향이라는 관점에서.

하지만 대부분 남성의 경우, 그런 취향을 개발해 보기나 했을까? 특별히 관심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쉬운 일은 아니라 본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여성은 살림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보지만, 남성들은 제품 하나를 바라보며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성이 집안을 꾸미면 마치 기숙사같은 분위기가 연출 된다.

그래도 오랫동안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나도 모르게 여성들처럼 전체적으로 보는 눈이 하나씩 개발되어 발전할 때도 있다. 그래도 완벽하게 여성이 주부생활을 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생각엔 죽을 때까지 여성의 손길이나 취향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으리라 본다.


어쩌면 남성이 전업주부를 한다는 것은 계속해서 가정 일을 배워가며 하나씩 완벽한 주부가 되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바람이 있다면, 내가 살림을 잘못해서 집안의 불미의 원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남성 전업주부는 여성보다 완벽하게 살림을 빈틈없이 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또 부러운 것은 부부가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공동 육아, 공동 살림을 통해 공평하게 함께 가정 일을 하는 부부들의 모습이다. 이런 부부들의 모습을 보면, 주로 일의 양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부부들인 경우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일이 많을 경우, 자연스레 가정 일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즉, 이상적인 모습일 뿐,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에는 이것저것 생각해 봐도, 남성이 전업주부를 하기 시작했다면, 그저 우리 어머니들이 했던 것만큼의 생활력과 살림 솜씨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업주부일 테니...


전업주부를 준비하는 모든 남성들에게 하고픈 말은...

그래도 하루하루가 쌓이면 이전보다 나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 주변의 핀잔이나 꾸중, 질타 정도는 비싼 수업료라 생각하면 덜 힘들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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