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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ug 20. 2019

딸에게 얻어먹는 저녁식사

7살이 된 딸아이는 하고 잡이다. 뭐든지 하고 싶어 하고 관심이 많다.

물론 하기 싫은 일은 무조건 버틴다. 하기 싫은 일도 잘해줬으면 하지만 7살 딸아이의 고집은 웬만한 심줄보다 강한 것 같다.


오늘 저녁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머리를 굴렸다.

가끔씩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데 오늘은 딸아이 보고 만들어 달랬다. 의외로 쉽게 그러자

고한다.


우선 밥을 고슬고슬하게 짓고, 식혀서 밥에 뿌리는 고명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놓았다.

요즘 어린이용 비닐장갑이 있는데 딸아이는 자기가 알아서 비닐장갑 두 장을 꺼내어 착용하고 뜨겁지만 조심스럽게 밥을 굴려 동그랗게 만들고 꾹꾹 눌러서 김가루를 묻혀서 주먹밥을 만들었다.


자기 입으로 하나,, 그리고 아빠 입으로 하나,,

이렇게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의 반이 비었다.

그 순간에 나는 "이렇게 하면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저녁을 해결할 수 있겠군"하면서 혼자서 신나 했다.

그런데 나의 의도를 알았을까?


아빠가 해 주세요. 아빠가 만들어 주는 주먹밥이 더 맛있어요.
아니야 딸,,, 네가 만든 게 더 맛있어. 계속해줘.
제가 하니까. 김가루가 많이 안 묻어요.



못 하겠다는 이유가 너무 구체적이었다. 김가루가 잘 묻지 않으니 아빠가 해달라는 말.

결국 비닐장갑을 끼고 나머지 주먹밥을 만들어서 먹였다.

그리고 딸은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


왠지 내가 되려 이용당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몇 달 전만 해도 잘 넘어왔는데 이젠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그래도 세 번은 얻어먹었으니 세 번 먹는 동안은 손가락 까딱하지 않은 거지 뭐....


그렇게 오늘도 저녁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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