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라는 원동력

by 공삼

용접기사로 가는 길 - 수업일수 84일






얼마 전 쓰다 남은 용접봉을 처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냥 철판에 대고 남은 잔봉을 지지면 되지만 나는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쓰다 남은 철판에 하트모양으로 남은 잔봉을 지져댔다.

덥고 습하고 다소 힘든 훈련과정 속이지만 다소 엉뚱한 행동으로 스스로가 재미를 맛보곤 한다.


그래서 만든 첫 지지미가 바로 스틸하트이다. 하하하.





반복적인 연습은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말... 정말이다.

단지 조금 더딜 뿐, 어제와 다른 오늘의 결과를 지켜볼 때 결국엔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된다. 그래서일까? 어차피 될 거면 좀 더 빨리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얍삽하게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도 한다.

바로 조급증이다.


용접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면 모두 조급해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조급함이 매일매일 좀 더 나은 결과를 낳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어제보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다시 연습하는 과정이 없다면, 그리고 조급함이 없다면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조금 더 조급증을 떨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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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TIG용접을 잡았다.

피복아크용접 위보기를 하기 위해서 TIG로 백을 내어야 했다.

사실은 바로 피복으로 백을 내야 하지만, 초보자인 경우 그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초층과 핫패스를 TIG용접으로 내고, 이어서 피복으로 위보기 용접을 하였다.

거의 한 달 만에 잡아보는 TIG라서 좀 걱정했지만 의외로 잘 나온 결과물에 나 스스로가 놀랐다.

선생님도 별말씀 없었고 무사히 피복용접으로 하는 위보기 용접을 했다.



*초층: 처음 모재를 이어주는 용접을 할 때 생겨나는 부분을 초층이라 하며 이때 백비드가 나와야 함
*핫패스: 초층 다음으로 용접하는 것을 핫패스라 하는데 용가제(용접봉)을 많이 넣어 용접함.



솔직히 오래간만에 하는 TIG용접이라 엉망이 될 줄 알았다.

너무나 신기했던 것은 머리보다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크를 내고 위빙에 들어가는 순간 처음엔 조금 망설였지만 이후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용접을 했다.


내 나이 50대이지만 이 늦은 나이에 반복 연습의 힘을 몸소 느낀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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