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기사로 가는 길 - 수업일수 89일
피복 맞대기 용접 과제를 드디어 제출했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하루는 아래보기(F)가 곧잘 나오다가, 다음 날은 같은 자세가 전혀 안 되고 대신 수직(V)이 잘 되는… 결과가 들쑥날쑥했다. 그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왜 안 되지?” 매번 용접기 앞에서 나 자신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과제는 한 판의 모재(5개를 이은 판)에 네 가지 자세로 용접을 완성해야 했다.
(아래보기(F), 수직(V), 수평(H), 위보기(OH))
머리로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요령을 알겠는데, 손은 아직 서툴렀다. 땀으로 범벅된 작업복, 뜨거운 열기, 그리고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과제를 마치는 건 생각보다 버거웠다.
솔직히 다시 처음부터 하고 싶었지만… 지쳐 있었다. 더위에 지치고, 마음도 지쳐서 그냥 제출하기로 했다.
한 없이 부족한 걸 알면서도, 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과제물을 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우리 반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실제 현장 경험도 풍부한 분이 다가와서 “수고했다, 잘했어”라며 말을 건넸다. 그냥 위로 삼아 해주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그분이 덧붙였다.
문득 계산해 보니, 피복아크용접을 배운 건 수업일수로 따져서 19일.
그 19일 동안 비드 쌓기부터 6t, 9t 맞대기까지 달려왔다.
결과물은 늘 부족하고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전혀 몰랐던 용접을 내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이게 정답이다’ 싶은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손재주가 뛰어난 몇몇 사람들은 금방 그 수준에 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그리고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야 깨닫게 됐다. 선생님이 제공하는 훌륭한 결과물처럼 만들기까지는 누구에게나 충분한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답답하고 무거웠던 마음이었는데, 그 말 덕분에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 과제물을 제출했으니, 아마 다음 주부터는 파이프 비드 쌓기, 그리고 파이프 맞대기 용접을 연습하게 될 것이다.
조금씩, 하나씩 쌓아가며, 언젠가는 나도 안정적인 용접을 할 수 있으리라 믿어 본다.
오늘은 그걸로 충분하다.
내일은, 또 내일의 비드를 쌓으면 되니까.